[책마을] 거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1-09-23 18:14   수정 2021-09-23 23:58

어떻게 하면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많은 기업의 화두였다. 그간 여러 책이 이런 플랫폼 전략을 다뤘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가 쓴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는 좀 다른 책이다. 플랫폼에 의해 브랜드 가치가 침식당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어떻게 플랫폼과 맞서 싸워야 하는지를 다룬다.

김 교수는 국내 4대 거대 플랫폼인 ‘쿠네배카(쿠팡·네이버·배달의민족·카카오)’가 어떻게 브랜드를 종속화하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이용자들은 플랫폼에서 물건을 살 때 판매자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플랫폼이 골라준 대로 가장 싼 곳을 찾아 거래한다. 쿠팡은 아마존처럼 동일 제품을 판매하는 복수의 판매자를 하나의 제품 페이지로 묶는데, 이를 ‘카탈로그’라고 한다. 여기선 최저가를 제시하는 것 외에는 판매자가 차별화할 방법이 없다. 사용자가 리뷰를 달아도 판매자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리뷰로 한데 묶일 뿐이다.

플랫폼의 힘은 막강하다. 누가 어떤 물건을 사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독점한다. 화면 속 눈에 잘 띄는 곳에 어떤 상품을 노출할지도 플랫폼이 결정한다. 플랫폼은 1등 판매자를 키워줄 생각이 없다. 플랫폼은 고객들이 개별 브랜드나 판매자가 아니라 플랫폼에 충성심을 가지길 원한다.

그래서 나이키는 2019년 아마존을 떠났다. 이케아, 버켄스탁 등 다른 유명 브랜드도 아마존을 빠져나가고 있다. 거대 플랫폼의 위협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다. 레깅스를 파는 젝시믹스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자사 채널에서 달성한다. CJ제일제당도 자사 채널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안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신만의 판매 채널 구축이다. 가격 경쟁도 지양해야 한다. 저자는 “플랫폼이 이뤄낸 성과와 제공하는 혜택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다른 여러 사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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