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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리타가 기억을 찾아가며 겪은 끔찍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린치 감독은 이 영화를 비롯해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컬트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출판사 마음산책의 열두 번째 영화감독 인터뷰 시리즈 《데이비드 린치》는 린치 감독 특유의 영화 세계와 삶 속으로 안내한다. 린치 감독이 1977년 데뷔부터 최근까지 영화 전문 매체들과 진행한 24편의 인터뷰를 엮었다.
린치 감독은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에 이어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대표작 ‘블루 벨벳’은 한 남학생이 산책 중 잘린 귀 한 쪽을 발견하고 사건을 신고하면서 시작되는 독특한 영화다. 린치 감독은 이 작품에 자신의 영화관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세상의 표면 아래에선 완전히 다른 무엇인가가 늘 진행되고 있다”며 “영화가 하는 일 중 하나는 그 표면 아래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매번 기발하고도 충격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이번엔 사회 이슈를 다룬 영화를 만들 거야”라는 식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목표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선호했다. 그는 “내 아이디어들은 조각조각 난 상태로 생겨난 것”이라며 “그런 뒤에 조각들 전체를 하나로 연결해줄 실을 구하고 작업했다”고 설명한다.
그의 종합예술가적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청년 시절 그의 꿈은 미술가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술학교를 다녔고, 표현주의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를 만나러 무작정 유럽으로 떠나는 등 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직접 영화 세트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 사운드도 중요시 해 음악감독 안젤로 바달라멘티와 함께 작곡 작업도 했다.
린치 감독은 무엇보다 ‘과정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과정이 너무 싫다면 아침에 어떻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얼마 못 가 그 업계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 여정을 사랑해야만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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