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4공장 "우리 차종 못내줘"…꽉막힌 팰리세이드 증산

입력 2021-09-23 17:25   수정 2021-10-06 16:24

현대자동차의 울산 4공장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생산 물량만 지킬 수 있다면 국내 전체 생산량이 줄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버텨 논란이 일고 있다. 인기 차종 생산을 독점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태도에 자동차업계에서는 ‘공장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 지도부 제안도 거부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조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3주가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와 노조 지도부, 4공장 노조의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회사 측은 미국에서 팰리세이드가 인기를 누리면서 증산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울산 4공장에서 생산돼 매월 6000~7000대가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현지에선 이보다 훨씬 많은 월 8000~9000대가 팔리고 있다. 연간 2만 대가량을 증산해야 시장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팰리세이드 공급 부족분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들거나 국내 공장 간 물량 주고받기를 통해 한국에서 연 2만 대를 더 생산하자는 제안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은 간단하지만,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물량을 미국으로 넘겨야 한다는 게 문제다.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팰리세이드의 미국 현지 생산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국내 공장 간 물량 교환은 울산 4공장에서 만들던 스타리아를 전주 공장으로 넘기고, 울산 4공장의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마침 전주 공장은 몇 년째 생산할 차량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국내 물량을 해외로 넘기지 않아도 된다. 전주 공장 노조도 스타리아를 넘겨받아 물량 부족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4공장 노조다. 이들은 스타리아를 전주 공장으로 넘길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생산 물량이 같더라도 차종이 줄어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은 4공장에서 생산하는 팰리세이드와 포터 등이 잘 팔리고 있지만, 나중에 이들 차종의 인기가 시들할 때를 대비해 최대한 인기 차종을 많이 보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차라리 미국 생산하라는 4공장 노조
4공장 노조는 급기야 지난 14일 대의원 비상간담회를 열고 “기존 생산 차종을 절대 다른 공장에 넘길 수 없다”며 “우리 공장의 물량이 유지되면 팰리세이드 연 2만 대를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잠정 결론냈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차종을 지키는 게 국내 생산 물량 유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조 지도부의 설득도, 전주 공장 노조의 호소도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노조 지도부는 국내 혹은 해외에서 팰리세이드 생산을 빨리 늘려야 한다는 회사와 스타리아를 절대 전주 공장에 넘길 수 없다는 4공장 노조 사이에 낀 상태가 됐다. 이들은 추석 연휴 직전인 16일 열린 고용안정위원회 회의에서 회사 측에 스타리아를 4공장에 계속 맡기고, 팰리세이드 2만 대분을 전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상용차 생산에 특화된 전주 공장은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4공장 노조는 추석 연휴 이후부터 스타리아 물량 이전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 등을 열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4공장 노조의 막무가내식 물량 지키기가 계속되면 해외 공장 근로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로선 팰리세이드를 어디에서 생산하느냐보다 최대한 빨리 증산하는 게 중요하다. 4공장 노조가 스타리아 이전안을 거부하면 앨라배마 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려면 모델별 생산량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노조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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