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19년 빈집은 약 849만 채다. 전체 주택의 13.6%에 이른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1000만 채 이상을 ‘빈집’으로 분류했다. 10년 뒤에는 2000만 채가 넘을 전망이다. 원인은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인구 감소, 농촌 일자리 부족 등이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808만 명에서 지난해 1억2616만 명으로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약 30%로 높아졌다. 치매 노인 가구가 보유한 주택 수도 221만 채나 된다. 전체 주택 30채당 1채꼴이다. 고령자들이 요양·보호시설에 들어간 뒤 세간이 그대로 있어 임대나 매매가 쉽지 않다. 자녀가 상속해도 방치되기 일쑤다.
빈집이 늘어나면 슬럼화되기 쉽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빈집대책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규제 완화와 세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자체들도 현지에 거주하면서 대도시 회사에 원격근무하는 근로자에게 100만~200만엔(약 1070만~2140만원)씩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홋카이도의 미카사에서는 빈집이 11% 줄었다.
민간에서도 빈집을 싸게 사들여 보수한 뒤 임대·매매하는 ‘재생주택’ 사업이 시작됐다. 가치타스라는 회사는 지난해 순익 51억엔(약 545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빈집이 60만 채 이상 나오니 참여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빈집이 많다. 2010년 79만4000채에서 2019년 151만8000채로 급증했다. 전체 주택의 8.4%다. 농어촌뿐 아니라 도시의 아파트와 단독주택도 섞여 있다. 정부가 ‘빈집특별법’을 만들고 빈집을 공공주택과 청년공간으로 제공키로 했지만 이용률은 저조하다.
이참에 민간을 활용해 빈집 활용 비즈니스를 대폭 확대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연구원도 최근 재산세 부과 구조를 합리화하는 ‘빈집 세제’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쉽게 늙는다. 벼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라듯 집도 사람의 온기를 먹고 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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