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사이벨럼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회사 기업가치는 약 1억4000만달러(약 1650억원)다. LG전자가 이번 인수로 확보한 지분액은 8946만달러(약 1060억원) 규모다.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일부 주식을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최종 지분율과 투자금액은 주식매매 절차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 확정된다.
LG전자는 이와 별개로 사이벨럼과 2000만달러(약 240억원) 규모의 신주투자계약(SAFE)을 맺었다. 이 금액은 2022년 말~2023년 상반기에 주식으로 전환된다. 회사 관계자는 “사이벨럼 경영권은 LG전자가 갖게 되며, 최종 투자금액은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이번 지분 인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커넥티드카 시장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사이벨럼은 자동차 사이버보안 관련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시장 급성장하며 해킹 막을 보안시스템 중요해져
커넥티드카 해킹 사례가 늘면서 세계적으로 자동차 사이버보안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자동차 사이버보안 규제 분야의 국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부터 월드 포럼을 통한 논의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6월엔 사이버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협약에 따라 2022년 7월부터 모든 신차는 UNECE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LG전자가 인수한 사이벨럼 기술력의 핵심은 이처럼 각국 정부 규제에서 전장 부품 규격이 충족되는지를 점검해주는 것이다. ‘멀티플랫폼 분석도구’로 불리는 이 기술을 통해 차량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검사해 정부 규제와 소비자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은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은 올해 1억달러(약 1200억원)에서 2025년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전장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력 향상과 국제규격 충족을 동시에 갖추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2018년 8월엔 차량용 조명 시장 선두기업인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회사 ZKW를 인수했다. 올해 7월엔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전자동력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엔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자동차 소프트웨어의 기능 안정성이 국제표준규격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인시험 자격을 획득했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 부사장은 “이번 사이벨럼 인수로 미래 커넥티드카 시대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LG전자의 사이버 보안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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