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이 43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4~6월)에만 100조원 넘게 불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은 불어난 빚더미가 소비·투자를 옥죄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으로 빚 증가속도를 억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의 긍정적 요인을 강조한 만큼 이르면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비율은 각각 105.6%, 111.6%로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1분기 말 이후 최고치다. 올해 1분기 말과 비교해 각각 0.3%포인트, 0.6%포인트 뛰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산한 민간부채 비율은 217.1%로 0.8%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불어난 것은 부동산 매입과 공모주 청약 참여를 위해 가계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현금흐름이 팍팍해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차입금을 늘리면서 기업부채도 불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2030세대가 주도했다. 한은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올해 2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에서 2030세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9%로 1분기 말과 비교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올 2분기 말 가계대출(가계신용 기준·1705조2547억원)을 바탕으로 단순추정하면 2030세대 대출은 458조7000억원가량으로 집계된다. 2030세대 대출의 증가율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8%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9.1%)을 큰 폭 웃돌았다.
설비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2011~2020년 국내 외감기업 2만2688개업체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국내 기업의 투자를 옥죄는 임계치 부채비율은 264.2%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투자 임계치(264.2%)를 웃도는 기업의 비중은 30.2%로 집계됐다. 기업 10곳 가운데 3곳은 빚더미에 눌린 채 설비투자에 제때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불어나는 가계의 빚더미는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자산거품 우려도 커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부동산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8.5배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18년6개월 동안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집 한 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의 수급불안 우려로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위험수익추구 성향 완화를 위해 금융완화 정도를 축소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는 동시에 자산가격의 과열을 식히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갈 때 자영업자의 충격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갈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모든 가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말 기준으로 37.8%에서 38.7%로 소폭 올라가는 데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은은 "가계와 기업, 금융회사가 금리인상을 견뎌낼 수준의 복원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안정을 유지하고 중장기적 금융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