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4% 상승한 110.72(2015년 기준 100)로 집계됐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생산자물가는 전월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작년 8월과 비교해서는 7.3% 상승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의 오름폭이 컸던 것은 농산물 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이 전달보다 각각 2.1%, 1.0% 뛰었다. 시금치(86.2%) 배추(47.2%) 쇠고기(4.7%) 돼지고기(2.9%)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화학제품(0.5%) 제1차금속제품(0.5%) 등 제조업 제품의 물가도 큰 폭 뛰었다.
지난달 휴가철을 맞아 서비스업 물가도 0.3% 올랐다. 리조트를 비롯한 휴양콘도(22.5%) 국내항공여객(13.0%) 가격 등이 큰 폭 상승했다. 반면 물오징어(-17.4%) 게(-36.4%) 경유(-1.7%) 등의 가격은 낙폭이 컸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로 통상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8월 생산자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만큼 이달 소비자물가도 급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 4월(2.3%), 5월(2.6%), 6월(2.4%), 7월(2.6%), 8월(2.6%)로 다섯 달 연속 2%를 웃돈 소비자물가의 상승 압박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달에는 11조원 규모의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도 풀린 만큼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가 급등이 이어지는 데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다음달 1일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등 생활물가가 전방위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성장잠재력도 약화되고 있다. 한은은 2021~2022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사상 최저인 2.0%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투자·고용이 줄어든 데다 생산성도 약화한 결과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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