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3'와 '갤럭시Z폴드3'가 초반 흥행몰이를 하자 애플과 구글도 폴더블 시장에 뛰어들거나 관련 제품 출시를 준비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업체 간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 2024년 폴더블 아이폰 출시할 것"
26일 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CNBC와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맥루머스 등은 최근 애플 관련 신제품 사양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로 유명한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을 인용해 애플이 2023년 디스플레이 아래에 지문 센서를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고, 2024년에 폴더블 형태의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궈밍치 연구원은 앞서 지난 3월 애플이 내년에 펀치홀(스마트폰 전면 상단에 위치한 카메라용 구멍)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을 출시하고, 2023년에 7.5~8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는 애플 내부 사정으로 개발이 지연되면서 이 프로젝트들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내놓자 라이벌 애플도 이와 비슷한 라인업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 1월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내부 테스트를 위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스트 중인 애플의 폴더블 디스플레이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힌지(경첩)가 적용됐으며 6.7인치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다양한 크기의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검토 중이었다. 애플은 미국 특허청에 폴더블폰의 주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듀얼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올 3월엔 네덜란드 IT 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이 애플 특허를 바탕으로 제작한 '폴더블 아이폰' 렌더링(예상 이미지)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스마트폰을 위아래로 접는 '클램쉘'(조개 모양) 방식으로, 후면에 이른바 '인덕션'으로 불리는 정사각형 카메라 모듈이 탑재된 모습이었다. 모듈 옆에는 비슷한 크기의 별도 디스플레이가 장착됐고 하단에 애플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는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Z플립3와 거의 유사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후 양옆으로 화면을 접는 갤럭시Z폴드3와 같은 형태일 확률이 크다는 전망도 나왔다.
해외 IT 전문 매체 톰스가이드는 "애플은 폴더블폰에 관해 확인한 적도, 부인한 적도 없다"며 "하지만 폴더블폰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출원했다. 폴더블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어 "애플은 완전히 준비될 때까지 제품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아이폰 플립'을 기다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접는 구글폰 '픽셀 폴드' 나올 듯
구글도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해외 유명 IT 팁스터(정보유출자) 에반 블래스는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폴더블 픽셀'(구글의 스마트폰 브랜드명)이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에반 블래스는 구글 폴더블폰의 코드명이 '패스포트'며 정확한 브랜드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구글이 이 기기를 위해 2년 이상 준비해 왔다고 부연했다.
IT 전문 매체들은 구글이 다음달 '픽셀6'를 발표하면서 폴더블폰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 폴더블폰이 '픽셀 폴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고, 갤럭시Z폴드3와 같은 폼팩터(기기 형태)를 가진 기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도 올해 신형 폴더블폰을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 애플과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샤오미는 올 4분기 갤럭시Z플립3와 같은 클램쉘 형태의 폴더블폰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형태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기 진입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폴더블폰 경쟁에 가세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바(bar) 형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진입해서다. 특히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성공이 애플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는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약 300만대로 추산된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 규모(약 13억대)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이 900만대로 3배 늘어나고 2023년에는 30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폴더블폰 시장 경쟁 본격화는 삼성전자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평가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80% 넘는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자가 늘어날 경우 이같은 압도적 우위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 같은 주요 제조사들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관련 생태계가 성숙하고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껏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편의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더 접을 수 있는지, 방수와 방진에는 강한지, 강한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지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가 승부를 가를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애플이 한 번 접을 때 삼성전자는 두세 번 접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식으로 폴더블폰 주도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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