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아마존 입점 업체를 공략하는 사례가 많아 ‘아마존 애그리게이터’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몇 달 새 블룸버그, CNBC, 포브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도 관련 시장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본사를 둔 스라시오 등 애그리게이터들이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를 투자받는 데 성공했을 때만 해도 이 시장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상황이 반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플레이스펄스에 따르면 세계 40여 개의 애그리게이터 기업이 올 들어 끌어들인 투자금만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훌쩍 넘었다. 이달만 해도 아마존 입점 브랜드를 타깃으로 한 유럽의 애그리게이터 3곳이 10억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발표했다.
독일 애그리게이터인 베를린브랜즈그룹(BBG)은 7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를 주도한 곳은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털이다. 자금력이 큰 투자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애그리게이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BBG는 이번 거래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찰야브스키 BBG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투자자가 이 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낼 업사이드(상승 여력)가 충분한지 물어보는데 내 답변은 예스”라며 “아마존에는 인수하고 싶은 매력적인 브랜드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애그리게이터들은 아마존에 입점한 수백만 곳의 브랜드 가운데 △연간 1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별점 다섯 개 리뷰를 많이 보유하고 △수익성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인수 대상을 물색한다. 성인용 장난감에서부터 도어스톱에 이르기까지 각종 틈새시장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 중에서도 지난해 아마존을 통해 3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곳이 있다고 마켓플레이스펄스는 설명했다.
그만큼 애그리게이터가 인수 대상으로 검토할 만한 유망 업체가 시장에 넘쳐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300만달러에 팔린 한 아마존 입점 브랜드는 최근 애그리게이터 간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이 500만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브랜드 추천자에게 8만달러 상당의 테슬라 차량을 증정하겠다는 공략을 내세운 애그리게이터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선 애그리게이터산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FT는 “대부분 애그리게이터가 설립된 지 1년 안팎인 곳들이라 이들의 장밋빛 미래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존 벤처캐피털(VC) 모델과 달리 대규모 은행 빚을 끌어다 투자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이자 비용 부담 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커지던 전자상거래 시장이 코로나19 봉쇄조치 해제 등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신용카드 거래 추적업체인 페이블데이터에 따르면 올 4월 이후 영국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오프라인 매출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컨설턴트는 “애그리게이터들이 많은 아마존 입점 브랜드를 더욱 확실하게 선별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애그리게이터 셀러엑스의 설립자 필립 트리벨은 “작년 하반기 이뤄졌던 전자상거래 급성장세가 약해지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셀러엑스는 최근 1억유로(약 138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다양한 종류의 브랜드를 이미 인수해 포트폴리오에 채워둔 애그리게이터는 시장이 커지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영국 애그리게이터 히어로즈의 리카르도 브루니 CEO는 “우리가 사들인 브랜드의 다양성과 공급망, 마케팅 등에서의 시너지 효과로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히어로즈는 최근 투자금 2억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업체는 기존에 확보한 중국 공급망을 통해 최근 인수한 한 브랜드의 제품 가격을 크게 낮췄다.
애그리게이터 시장은 자본 유치 등을 통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1년 새 아마존 입점 브랜드와 애그리게이터를 중개하는 전문 브로커 수십 곳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들의 상표권 등록을 자문하는 변호사, 회계사 등도 늘어났다. M&A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그리게이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주목받는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애그리게이터들 사이에선 회사의 자본력을 드러내 신뢰감을 주면서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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