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황성우 직접 집필 참여…삼성 '뇌 닮은 반도체' 기술 제안

입력 2021-09-26 17:26   수정 2021-09-27 01:34

삼성전자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한 뉴로모픽 반도체 관련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최근 게재됐다고 26일 밝혔다. 함돈희 종합기술원 펠로 겸 하버드대 교수,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황성우 삼성SDS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집필자로 참여했다.

뉴로모픽 반도체란 사람의 뇌 신경망 원리를 적용한 반도체로, 인지 추론 등 뇌의 고차원 기능까지 재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기존 반도체보다 소비 전력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대용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인공지능(AI)뿐 아니라 자율주행, 로봇 등에 쓰일 수 있다. 학습을 통해 자기연산기능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이번 논문은 뉴로모픽 반도체를 구현하는 기술로, 신경망에서 신경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 지도를 ‘복사(copy)’해 반도체에 ‘붙여넣는(paste)’ 방식을 제안했다. 뉴런 연결지도 복사 방법으로는 나노전극을 활용한 초고감도 측정법이 제시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런들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미미한 전기 신호를 읽어내 신경망을 지도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하버드대 연구팀과 협업해온 기술이다.

복사된 신경망 지도를 메모리 반도체에 붙여넣는 방안도 신선한 개념으로 평가받았다. 반도체 회로가 뉴런 간 접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에 있는 약 100조 개의 뉴런 접점을 메모리 망으로 구현하려면 메모리 집적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논문 집필자들은 이를 위해 3차원 플래시 적층 기술과 고성능 D램에 적용되는 TSV(실리콘관통전극)를 통한 3차원 패키징 등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활용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학계와 업계의 기술 리더들이 참여해 신경 과학과 메모리 기술을 접목, 차세대 AI 반도체에 대한 비전을 보였다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 그간 뉴로모픽 칩은 인텔이 선두 주자였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논문으로 기술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함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제안한 담대한 접근 방식이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기술의 경계를 넓히고, 뉴로모픽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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