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의 ‘승부처’로 여겨졌던 광주·전남에서 122표 차 ‘신승’을 거뒀다. 직전 지역순회 경선에서 5연승을 달리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2위를 차지했다. 광주·전남은 이 지역 출신인 이 전 대표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데다 최근 불거진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도 표심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누적 득표율 과반 고지에서 밀어내는 데는 실패해 ‘이재명 대세론’을 꺾진 못했다.
이날 결과에 따라 이 전 대표의 누적 득표율은 32.46%에서 34.21%로 올랐다.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은 53.71%에서 52.90%로 내렸다.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이 지사의 득표율이 여전히 과반을 넘고, 두 주자 간 격차도 아직 18.59%포인트나 된다. 남은 부산·울산·경남(PK), 수도권 경선과 2·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가 크게 이겨야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 막판 역전극을 노릴 수 있는 결선투표로 갈 수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첫 승리’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남은 경선에서 탄력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역대 대선에서 광주·전남은 항상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1위로 승리를 안겨줬다”며 “노무현식 대역전극을 통해 정권 재창출로 간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조금 아쉽지만 선전했다”며 “자만하지 말라고 하는 채찍이라 생각하고 더 분발하겠다”고 했다. 호남 경선은 이 지사가 최근 휘말린 대장동 개발 의혹에 따른 민심을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호남 지역의 지지를 받는다면 당내 비주류였던 이 지사가 민주당 대표 후보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결국 개표 결과 2위로 밀려나 ‘경고음’은 울렸지만 1위와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아 대세론에 손상이 갈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재명 캠프의 자체 평가다.
오히려 3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득표율이 4.33%에 그치면서 대장동 이슈가 이 지사로의 ‘결집현상’을 유도했다는 내부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 캠프의 정진욱 대변인은 “원래 이 전 대표 측은 광주·전남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승리를 점쳤는데 개표 결과 유권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반면 대장동 공방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줘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전남 투표율은 56.2%로, 이전까지 경선이 치러진 전체 지역의 평균 투표율 71.4%보다 훨씬 낮았다.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가 앞서지만 대장동 의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역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이 전 대표 측은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 연설에서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겨냥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 정말 괜찮겠느냐”며 “대장동 비리를 파헤쳐 모두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지사는 “민관합동을 통해 절반이나마 이익을 환수한 것에 대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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