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로컬과 글로벌, 달라져야 할 ESG전략

입력 2021-09-26 17:46   수정 2021-09-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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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ESG의 시대가 됐다. 국내외 언론에서 매일 ESG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실업과 폐업이 늘어나고, 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이 버블화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ESG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이미 몇 년 전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ESG가 주목받는 것을 환영한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ety)·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세 기둥으로 구성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투자 프레임이다.

사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과 형태로 변화해왔다. 익히 알려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기업이 수익모델과는 상관없이 사회에 공헌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름이 의미하듯 사회에 당연히 공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행의 압력이 오지 않으며 기업도 그 활동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주로 지출이 돼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되고, 재정이 넉넉지 않은 기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자발적 프로그램임에도 CSR을 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를 보완한 개념으로 ‘기업 가치 공유(CSV)’가 등장했다. CSV는 수익모델과 연동돼 마케팅 활동 등을 지원했다. 일례로 비누 제조회사가 손씻기 캠페인을 벌였던 것은 유명하다. CSV는 CSR에 비해 기업의 수익창출에 도움이 돼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나 상업성이 짙어서 그 의도가 과연 사회적 공헌인지 판매를 위한 가장(假裝)인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ESG다.

사실 ESG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 영역은 이미 많은 노력과 연구 결과가 이뤄져왔기 때문에 참신한 프레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ESG를 주목하는 이유는, ESG는 투자 프레임으로서 주주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여건에 따라 이행에 신축성 여지가 있는 CSR과는 달리 ESG는 사회적 자기구속력이 있으며, CSV에 비해 더 분야가 광범위하고 기업 내 이해관계자를 포용한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시간이 가면 ESG를 대체할 또 다른 사회공헌 프레임이 등장하겠지만 당분간은 ESG가 대세로 지속될 것 같다.

한편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경제불평등으로, 또 한편으로는 팬데믹 영향으로 ESG의 유행은 전 세계적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우선 주요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확대됐고, 그 결과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 영역 중 많은 부분을 현재는 공공이 다루고 있다. 사회공헌에서 기업과 공공의 영역이 중첩되고 있는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나의 기업이 복수의 사업본부로 구성되면 해당 본부가 다루는 제품, 서비스의 기술에 따라 ESG 환경 퍼포먼스는 달라진다. 본부별로 ESG의 구성이 차별화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의 진출국에 따라서도 ESG 콘텐츠가 달라진다.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ESG의 내용과 개도국에 필요한 그것이 다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의 ESG는 본사의 ESG 기본 방침을 정한 뒤 제품본부와 해외시장별로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변형될 것을 의미한다.

언뜻 보면 엄두가 안 나는 업무량으로 생각되지만 본질은 결국 기존 글로벌 경영전략에서 다뤄 온, 로컬화 전략과 글로벌 표준화 전략이 섞여 있는 초국가전략이다. 로컬화 전략은 진출국 상황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글로벌 표준화 전략은 본사의 전략을 진출국에 대입하기 때문에 이행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드나 진출국의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기능과 조직 면에서 실행해 왔던 초국가전략이 ESG 시대를 맞아 환경, 사회와 지배구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본사의 비전과 핵심 역량이 진출국의 니즈에 협력해 지속가능한 글로벌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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