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달 내내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처음으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통해 여권 정치인 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중순께는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자산관리사인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은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추진된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특혜와 이재명 경기지사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추석 때는 대박을 기원하는 의미의 “화천대유하세요”란 덕담까지 돌았다.
의혹 해명보단 프레임 전환
고발 사주와 특혜 의혹은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과 이 지사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대 사건이다. ‘윤석열=법치와 상식’ ‘이재명=기득권 타파’란 공식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아직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건 아니다. 여당은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사주 및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는 사실 말곤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사주 사실을 입증하기도 만만찮다.
대장동 개발 역시 이 지사와의 연결 고리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법조계 마당발인 전직 기자와 남욱, 박영수, 권순일, 강찬우 등 법조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특혜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따거(큰형님)’ 윤 전 총장과 ‘싸움닭’ 이 지사는 모두 공식 해명 대신 수사 의뢰로 일단 지금은 피해가자는 전략을 택했다. 각 캠프는 ‘제보 사주’, ‘토건 비리’로 프레임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정치인은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이나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석 달 전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지난 24일 TV토론회에서도 설전을 벌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토건 비리를 어떻게 수년 동안 모를 수 있느냐”고 따졌고 이 지사는 “그땐 몰랐다. 이익 본 사람은 국민의힘이고 토건 세력”이라고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가 너무 와도 내 일이고, 안 와도 내 일이고…”(《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라고 했건만, 이 지사에게는 드러난 정책 실패도 ‘남 일’이다.
이번에도 물 건너간 공약 검증
네거티브 공방 속에 공약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여야 지지율 1위인 이들에게서 문재인 정부가 ‘선택적 침묵’으로 일관한 국민연금이나 노동개혁 공약은 찾기 힘들다.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엔 바닥을 드러낸다. 정부와 20대 국회는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개혁을 외면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선에서 주요 아젠다로 오르길 바란다”며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법 등 ‘국제노동기구(ILO) 비준 3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체근로 허용’ 등 사용자의 대항권은 묵살된 채였다. 강성 ‘귀족 노조’ 문제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은 추락하고 있지만 후보들의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올 들어 2%까지 급락한 잠재성장률이 2030년 0%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이번 의혹이 결국 거짓으로 밝혀진 ‘제2의 병풍 사건’이 될지, ‘제2의 다스’가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고발 사주·화천대유 의혹은 이제 검찰 등 수사당국으로 공이 넘어갔다. 하지만 정가의 블랙홀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다음달엔 국정감사도 열린다. 내년 3월까지 대선판이 이렇게 흘러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