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 사는 조모씨(40·여)는 주말이면 초등학생 두 자녀를 데리고 놀이동산을 즐겨 찾는다. 서울 롯데월드를 찾은 조씨는 주로 모바일 앱을 통해 탑승을 예약한다. 그러다 보니 반나절이면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기 일쑤다.
집에 여러 대의 보조배터리가 있지만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챙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는 최근 롯데월드에 설치된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를 발견하고 걱정을 덜었다.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는 QR코드를 스캔한 후 결제하면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곳에 설치된 기기에서도 반납이 가능해 편리하다. 조씨는 “어디에서나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 편리하고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돼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보조배터리 공유서비스는 중국 전역에서 4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중국 1위 업체인 에너지몬스터는 창업 4년 만인 올해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10여 개 업체가 사업에 뛰어들었다. 백퍼센트(대표 이종식)는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 가입자 수 17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충전돼지’는 보조배터리를 손쉽게 빌려 쓰고 전국 어디에나 반납할 수 있는 언택트(Untact) 공유서비스다. 앱 다운로드 없이 QR코드를 스캔하면 간편 결제가 이뤄진다. 배터리에는 마이크로5핀 케이블과 아이폰이나 갤럭시용 C타입까지 부착돼 3대까지 동시 충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 전자담배, 태블릿, 게임기, 블루투스 이어폰 등 모든 전자기기의 충전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공중전화 부스는 물론 대전지하철 22개 역사에도 설치됐다. GS25,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과도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맹점 수만 3만여 곳에 달한다.
백퍼센트의 모회사인 판다코리아닷컴은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 외에 공유형 전기자전거를 공급한다. 자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친환경 대여 서비스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회사는 전기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기기들의 복합 충전소 사업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달 초에는 탄소배출권을 매입하는 코인 ‘더리차지(THE RECHARGE)’를 발행해 해외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코인은 전기 기반 공유서비스와 충전소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보상으로 쿠폰을 나눠준다. 거래소에서 더리차지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 코인으로 다양한 전기 기반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유지환 백퍼센트 사업총괄본부장은 “코인 거래 수익의 일부는 탄소배출권을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환경오염을 줄여 ESG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며 “ESG를 실천한다는 경영 철학 하에 창업한 만큼 차세대 신성장동력인 전기 기반 사업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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