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共産)이란 글자 그대로 재산이 공유되며 개인 소유는 없다. 경제 활동에 필요한 자원의 독점적 소유자인 국가는 개인 노동에 대한 유일한 수요자다. 따라서 무산자(無産者)인 개인은 절대자인 국가의 명령에 따라 노동하고 배급으로 연명하는 국가 노예다. 공산주의의 소프트 버전은 사회주의다. 사회주의 체제의 스펙트럼은 넓지만 개인 소득의 처분권으로 접근한다면 대략 세율 50%를 사회주의 성향의 기준점으로 설정할 수 있다. 평상시 개인 소득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면 자원배분 주도권은 국가 권력에 있기 때문이다. 50%는 조선시대 지주가 수취하는 소작료의 통상적 기준이기도 하다.
공산체제의 세율과 봉건시대 소작료를 반추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춰 보기 위함이다. 현재 한국 직장인의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은 42%이고 지방소득세 4.2%를 추가하면 46.2%가 된다. 준조세 성격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로 대략 4~5%를 추가하면 최고 50% 내외가 원천징수된다. 근로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세의 최고세율은 45%이고 지방소득세 4.5%를 추가하면 49.5%로 준조세를 제외하고도 50%에 이른다. 이 외에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교육세, 양도세, 취득세 등 각종 직접세를 추가로 납부한다. 특히 실제 소득이 없는데도 부과되는 직접세의 급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타 일상용 물품과 서비스 구입 대금의 10%를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로 낸다. 세후 가처분 소득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잔액을 저축해 후일 자녀들에게 상속하게 되면 최고세율 50%가 부과된다. 기업 승계는 최고 60%로 높아지니 평생 소득의 60~70%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셈이다.
이 같은 높은 세율은 조선시대에도 수탈적 소작료라고 문제삼았던 반분율을 대폭 상회한다. 소위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을 표방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세율 측면에서는 자유로운 시민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노예라고 봐도 무방한 조세수탈 수준이다. 명목상으로는 시장경제에서 활동하는 자유시민이지만 실제로는 국가에 조세라는 명목으로 수탈당하는 노예에 비유된다. 고소득 중산층 이상은 고율의 세금으로, 저소득 서민들은 복지라는 명목의 배급체제에 편입되면서 모두가 국가 권력의 노예로 전락하는 구조다. 자유시민의 국가 노예화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수탈적 세금제도와 방만한 복지제도로 실현되는 상황이다.
서양 문명의 근간을 형성한 고대 로마제국 번영은 세금제도의 합리성에 기반했다. 기원전 1세기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넓고 얕게 걷는 개념으로 세제를 개혁했다. 로마 시민은 일상생활에서 6% 이하의 간접세를 납부했고 직접세로는 노예해방세 5%, 상속세 5%가 있었다. 그나마 6촌 이내의 상속세는 면제됐다. 이후 로마는 무려 200년 이상 동일한 세율을 유지하면서 번영기가 이어졌다.
기원후 3세기 후반부터의 쇠퇴기는 세제 혼란으로 시작됐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납세자가 우선이다. 국가는 세입이 필요한 것에만 손을 댄다”는 개념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국가가 우선이다. 국가에 필요한 경비가 세금으로 부과된다”로 바뀌었다. 납세자의 능력보다 국가 권력의 필요를 우선시하면서 과중한 세금이 부과됐고 로마의 몰락이 본격화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안정성의 핵심은 합리적인 세금제도였다. 아무리 고상한 이념을 표방하는 국가 권력이라도 무리하게 세금을 걷어 방만하게 사용한다면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세금은 시민적 자부심의 원천이고 건전한 사회의 근간이다. 세금이 자유시민의 경제적 성취에 대한 징벌 도구이자 국가 권력의 자유시민에 대한 약탈 수단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자유시민 공동체로서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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