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전세 계약합니다"…대출 축소 예고에 난리 난 부동산

입력 2021-09-28 16:06   수정 2021-09-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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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전세자금대출을 막는다고 하니까 추석 끝나자마자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부랴부랴 대출 계약서에 서명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강동구 상일동 A공인 중개 대표)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조이면서 부동산 임대차 시장이 또 다시 혼란에 빠졌다. 대출이 막힐까 노심초사하던 전세 수요자들은 기존보다 계약 일정을 앞당겨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셋값이 올라 눈치보기에 들어갔던 수요자들도 대출길이 막히기 전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전세 수요자 "대출 막히기 전에 승인 받자"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대출 축소 소식이 전해진 이후 세입자들이 전세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서류를 준비해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서다. 예비 신혼부부나 기존 전셋집의 기간이 여유가 있어도 '일단은 계약하자'는 수요들이 몰리고 있다.

상일동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24일)에 전세계약을 한 세입자들 중에서 전세대출을 접수하겠다는 분들이 10팀은 된다"며 "대출이 막히기 전에 전세매물 구한다는 문의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농협은행이 대출을 줄였던 때보다 영향이 더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전세계약이 먼저"라고 조언한다. 고덕동의 A공인중개사는 "전세 계약을 맺은 사람부터 계약도 하지 않은 예비 수요자들까지 전화를 하다보니 너무 바쁘다"라며 "대출은 은행에서 알아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지만, 워낙 불안하니 부동산 문이라도 두드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덕동의 B공인중개사는 "전세 계약도 하지 않고 대출을 알아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마음에 드는 전셋집을 찾았다면 시간이 촉박하지만 먼저 계약서부터 작성하고 대출 서류를 구비해서 은행에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풍선효과'에 따른 시장 혼란 우려"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까지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이후 '대출 조이기'가 금융권에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이 대출 축소에 나서면서 '풍선효과'로 다른 은행들의 대출 여건까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NH농협은행이 대출을 중단한 이후 4대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늘어났듯,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가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면서 연쇄적으로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만 국민은행 측에서는 이날까지 접수된 것에 대해 전세 대출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국민은행 모 지점 대출 담당 직원은 "공문이 두 차례 가량 내려왔다. 이날까지 접수된 서류에 대해서는 기존 기준대로 대출이 시행되고, 29일부터는 바뀐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시기적으로 가을에 접어드는 점은 부담이다. 가을에는 통상 결혼이나 취업, 학기가 시작되면서 주거지 이동이 빈번한 계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세 물량이 적어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전세 대출마저 막히게 되면 세입자들의 주거 환경은 더 열악해질 수 있다.

고덕동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이유로 대출을 조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은행들이 대출 제한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추석 등 연휴가 끝나면서 이사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텐데, 연쇄적으로 대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빚어진다면 시장 혼란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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