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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4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공장에서는 도장 작업을 마친 양산차 ‘캐스퍼’가 폭 2m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생산직원 정상훈 씨(30)는 자신이 맡은 6.3m 길이의 작업 영역에 차체가 도착하자 빠른 손길로 키 등록을 마치고 루프랙(차량 지붕에 가로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지지대)을 설치했다.
그는 2분40초 만에 여섯 가지의 작업을 마쳤다. “기아 광주공장에서 인턴생활을 했다”는 정씨는 “내 기술 숙련도에 알맞게 작업 과정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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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M 공장은 한국GM 군산공장에 이어 23년 만에 국내에 지어진 완성차 공장이다. 최신 공장답게 내부를 온통 친환경 시설로 꾸몄다. 대부분 직원이 20~30대라는 점을 감안해 바닥은 베이지색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공기순환시설을 설치해 공장 내부의 나쁜 냄새도 없앴다. 시동 테스트 라인에는 배기가스 흡수장치를 달아 공기오염을 최소화했다.
차체를 실은 컨베이어 벨트는 근로자가 선 채로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위·아래로 1m 움직인다. 무거운 부품은 18개의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손쉽게 운반할 수 있다. GGM 공장을 방문한 다른 완성차 업체의 한 직원은 “공장 내부가 냄새도, 먼지도 없어 놀랄 만큼 깨끗했다”며 “휴식시간에 공장 안에 마련된 정원에서 산책도 가능한 것을 보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느꼈다”고 평가했다.
GGM은 앞으로 친환경차 등의 혼류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라인의 폭도 일찌감치 넓혀뒀다. 현재 이 공장의 시간당 생산 대수(UPH)가 22대(최대 26대)로 다른 완성차 공장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아직 기술 숙련도가 높지 않은 이들은 빠른 업무 적응을 위해 업무시간 중 스마트폰을 사물함에 넣어둔다. “초기엔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만족해합니다. 쉬는 시간에도 휴대폰을 보는 대신 직원끼리 업무 관련 대화를 하게 돼 작업 효율성이 되레 높아졌어요.”(장두진 부장)
GGM의 전체 직원은 571명이다. 이 가운데 2030 직원 수만 90%를 웃돈다. 생산을 담당하는 기술직 직원 중 자동차 비(非)전공자도 많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직원은 “젊은이가 주인이 되는 일자리의 꿈을 찾아 왔다”고 했다.
“GGM이 세 번째 직장”이라는 주용훈 씨(32)는 “GGM보다 연봉이 많은 화학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GGM이 내세운 ‘상생’이라는 가치에 매료돼 직장을 옮겼다”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 같이 성장한다는 회사 방침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GGM에 입사한 황수빈 씨(24)는 “현장에 젊은 세대가 많다 보니 공통 대화 주제가 많고 작업이 즐겁다”고 소개했다.
젊은 근로자들의 숙련도 부족 문제는 이 공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부분은 20년 경력 이상의 베테랑으로 구성된 서포터즈가 언제든 조립부터 도장까지 다양한 기술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해 보완했다.
기존 자동차 기업에 비해 많지 않은 임금을 보전해 주는 것은 성과급이다. GGM은 수익을 내면 이를 주주배당금, 투자유보금, 직원성과급으로 나누기로 했다. ‘성과를 낼수록 모두가 더 버는 구조’다. ‘광주형 일자리’를 설계한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상당 비용의 재투자 없이 곧바로 여러 차종을 혼류생산할 수 있는 GGM은 생산라인 가변성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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