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 공기업 채용 담당자의 하소연처럼 최근 지방 기업과 중견 기업에 회계사 인력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앞다퉈 급여를 올리며 회계사 지키기에 나섰고,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투자은행 등은 고액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면서 회계사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2017년 신(新)외부감사법 도입으로 감독규정이 강화되고, 이듬해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회계법인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자문업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삼덕·대주·신한 등 중견법인은 올해부터 경력직 채용 공고에 ‘4대 법인과 동일한 연봉과 추가 성과급’을 내걸었다. 일부 법인은 “업무가 없을 경우 자유롭게 자기계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제시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중견회계법인은 대형법인과 달리 감사 이외 용역이 적고 업무 강도가 낮아 젊은 회계사들이 대거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장 기업과 기타 법인 등의 감사를 하는 중소형 회계법인도 비상이다. 일부에선 은퇴한 70~80대 회계사와 학업·육아 등으로 현장을 떠난 휴업회계사까지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고 있다. 실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5~6년차 이상은 월 1000만원을 넘게 받는다. 보통 12월부터 감사기간 3~4개월의 단기 계약으로 일반 직장인의 1년 연봉과 맞먹는 3000만~4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경영자문 파트의 회계사도 업무량이 늘면서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구조조정 시장 활황으로 인수합병(M&A) 자문과 기업 가치평가 등 비감사 용역 업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 몸값이 치솟자 ‘한방’을 노리고 기업인수 사모펀드 운용사(PE)와 벤처캐피털(VC)로 옮기는 회계사도 적지 않다.
표준감사시간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을 감사에 투입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기업 규모 5조~10조원인 제조업 기업은 기본 3770시간을 기준으로 상장 여부와 자회사 숫자 등 세분화된 기준으로 감사 시간이 추가돼 정해진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까지 추가되면서 회계사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회계사 한 명당 근로 시간이 제한되면서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에는 삼일회계법인이 감사에 126명의 회계사를 투입했다. 그러나 올해 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은 175명의 회계사를 동원했다. SK하이닉스 외부 감사 인원은 같은 기간 33명에서 80명으로 늘어났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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