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총재는 10년 가까이 일본의 통화정책을 주도하며 중앙은행의 존재감을 부각시켰지만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구로다의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발맞춰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 정책’을 펴왔다. 시중에 돈을 무제한으로 풀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일본 경제를 탈출시킨다는 전략이었지만, 재임 기간에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하지 못할 게 확실시된다.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일본 경제의 사령탑인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구로다는 관료 시절부터 일본은행의 소극적인 금융정책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취임 직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금융 완화를 시작했다. 금융시장은 구로다 총재의 과감한 정책을 ‘구로다 바주카포’라고 부르며 환영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는 급상승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2014년 초반 1.4%까지 반짝 올랐을 뿐 그해 후반부터 8년째 1%를 밑돌고 있다. 2016년과 2020년은 물가가 줄곧 마이너스였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임기 동안 금융 완화를 끈질기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29일은 일본의 새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일이다. 일본의 제100대 총리가 구로다 총재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