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전 강력한 자본 축적을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는 물론 전후 독일,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에 이르는 후발국들의 성장률 추이(곡선)도 고도성장을 마친 뒤엔 마치 오른쪽 끝에 무거운 추를 단 것처럼 천천히 하락하며 긴 꼬리를 그렸다. 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은 과연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일까.
그럼에도 산업구조를 하루빨리 첨단제조기술과 그린테크 등으로 개조하려는 중국 정부 의지는 강해 보인다. 어느 정도 성장률 하락은 감내할 것 같은 태세다. 시진핑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주창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한국은 성장률 하락세를 늦추는 데 급급한 데 비해 중국은 이를 적극 ‘제어’하려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선진 각국은 생산성 측면에서 새 전기를 맞고 있다. 요소(노동·자본) 투입량 이상으로 중요한 성장변수인 총요소생산성, 특히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시간당 GDP 증가율은 2019년 4분기 이후 3년간 6.7%(직전 3년간 3.3%)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0.6%→3.7%), 독일(1.1%→2.6%), 일본(마이너스→2%) 등 다른 선진 7개국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로 생산성 낮은 근로자들이 퇴출되고, 디지털화·자동화가 가속되며, 재택근무가 확산된 점 등이 예상치 않은 효과를 낳은 것이다.
한번 정규직으로 진입하면 생산성을 불문하고 과보호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대표적 원인일 텐데, 이를 손보려는 시도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인적 자본 투자가 생산성을 좌우한다면서도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도록 교육개혁에 힘쓰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현 정부의 교육당국은 대입 정시 비중을 늘리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 자사고 폐지에만 올인한 것 외에 무엇을 했나 싶다.
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는 아직 선진국 수준(잠재성장률의 1.3%포인트)을 밑돌고 있다. 단기적으론 국내 투자환경 개선에 집중해 자본투입량 증대를 꾀하면서도 총요소생산성의 상승 반전을 위한 경제 제도·규범의 선진화와 규제완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아직 잠재성장률 하락을 당연시하고 무덤덤해 할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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