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음달 1일부터 진행되는 국회 국정감사에 줄줄이 소환됐다.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규제법안들이 국회에 산적한 상황에서 불출석할 경우 '후폭풍'이 불 가능성이 높아 출석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카카오 네이버 CEO부터 계열사 대표까지 소환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1차 채택한 데 이어 27일에는 이를 최종 확정했다. 이날 정무위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도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와 함께 증인으로 채택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해 질의하기로 했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도 전체회의를 열고 김범석 쿠팡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과방위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인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와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등도 내달 5일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최종 채택했다.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김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야는 김 의장과 이 GIO에 대한 증인 채택을 보류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 채택 여부를 결정 짓기로 합의했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야는 내달 6일 열리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집중 질의하기로 합의했다. 한 대표는 같은달 16일 열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감에서도 전자고지서비스 위탁사업자 적격성 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된다.
지난 23일에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배보찬 야놀자 대표, 정명훈 여기어때컴퍼니 대표 등을 국감 증인으로 확정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동물용 의약품 온라인 불법 거래 문제를 놓고 네이버 한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감 참석 여부는 미지수
여야가 앞다퉈 플랫폼 기업 정조준에 나선 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각되는 '공정' 키워드 선점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수익을 독식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크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포함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플랫폼 종사자법' 등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들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플랫폼 시스템이 신생 산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혜택을 많이 받았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플랫폼 기업 CEO들이 모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관련법상 건강 이상이나 해외출장 등 업무상 불가피한 일정이 있을 경우 다른 CEO를 대리출석 시키거나 불참할 수 있어서다.
다만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끝내 출석을 피할 경우 정치권 내 반발 기류와 반기업 정서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거란 관측이다.
일단 이번 국감 출석 여부가 가장 주목되는 김 의장이 내달 5일 열릴 공정위 국감에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다른 플랫폼 CEO급에서 불참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눈치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며 "김 의장이 참석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는 점, 내년에 대선 있다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많은 CEO들이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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