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도약하는 시기가 되니 고민이 생겼다.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사람은 맞지만 정말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면 특별한 성과를 냈던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내가 모험으로 시도한 경험들이 남들에겐 ‘물경력’으로 보일까 두렵기도 했다. 그런 두려움을 떨쳐내고 싶어서, 그간의 경험을 한데 묶어 또 다른 도전이 꿈틀거렸다. 그래서 올 초 또 이직을 선택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직업인으로서의 나를 정의하는 것. 쉽진 않았지만 지난 경험을 반추하며, 나의 모든 경력이 향하고 있는 북극성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국 하나 찾게 되었는데, 정말 단순했다. 바로, 나라는 사람은 세상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자라는 것.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태도로 문제를 바로 보고,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사람. 정말 오랫동안 그런 직업인이 되길 꿈꿔왔다. 생각해보니 나는 강의를 기획할 때도 고객의 관점에서의 문제점을 정의했고, 때로는 광고 소재로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었고, 유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기획, 운영했다. 생각해보니 이 많은 일이 결국 문제 정의와 해결의 과정이었다.
직업인으로서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고 난 이후에야 사업개발 포지션에 도전할 수 있었고, ‘물경력’으로 보였던 경험들이 사실 알고 보면 현재의 결정에 아주 큰 영향을 준 소중한 자산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 회사에서도 답을 찾으려고 고군분투 중이고,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밟을지는 정해지진 않았다. 확실한 건 하나다. 나는 어떤 업무를 하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 어떤 업무를 맡든 나는 그 업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다음 행보를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품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직장 생활에서의 경험이 다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시작은 했으나 중간에 어그러진 프로젝트도 많았고, 기획 의도나 취지는 좋았으나 시장에 선보였다가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물도 많았다. 동료, 상사 그리고 고객으로부터 뼈 아픈 피드백을 들었던 날들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경험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에게 꼭 힘주어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절대 없다고. 계속 과거의 경험을 연결해서 다음 행선지로 가보자고 말이다.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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