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8% 하락한 3314.39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54%까지 뛰면서 마이크론(-2.77%), 엔비디아(-4.48%), AMD(-6.14%) 등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ASML(-6.60%), 램리서치(-4.98%) 등 장비 기업 주가도 함께 급락했다.
장 마감 후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은 반도체 투자 심리에 또 한번 찬물을 끼얹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다음 분기(9~11월) 매출 가이던스의 중간값은 76억5000만달러로 시장 매출 전망치(85억달러)를 한참 밑돌았다. 가이던스가 실현되면 전 분기 대비 매출이 8% 감소하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PC 생산 기업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사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빠졌는데, 여기에 출하량 둔화까지 겹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이날 2.88% 하락한 7만4100원, SK하이닉스는 3.38% 떨어진 1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 협력사인 대만 유니마이크론과 폭스콘 계열사인 이성정밀은 중국 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전력 부족 장기화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기면 IT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이는 전자부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반적인 IT 부품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연말은 IT 업종 대목인데, 부품 조달 우려에 원료비가 상승하는 데다 물류비까지 늘면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당시 자동차 업종 주가가 하락했던 것처럼 IT 업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전력난이 지속되면 국내 부품 기업들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형우 연구원은 “인쇄회로기판(PCB), 카메라모듈 등 중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던 제품군 중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낮은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기판 쇼티지 등으로 이들 부품 기업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또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기대되는 종목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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