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한 예술가가 작품비로 1억원을 받은 다음 빈 캔버스 2개를 보내 논란이 일었다. 이 작품의 이름은 '돈을 갖고 튀어라(Take the Money and Run)'다.
문화예술전문 매체 아트넷은 27일(현지시간) 덴마크 올보르에 있는 쿤스텐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두고 벌어진 논란을 보도했다. 쿤스텐 현대 미술관과 덴마크의 작가 옌스 하닝이 맺은 서면계약에 따르면 하닝은 지폐를 사용해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국민의 연간 평균 소득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쿤스텐 현대 미술관은 하닝으로부터 작품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받은 뒤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상자에는 오직 두 개의 빈 캔버스만 들어있었으며 애초 만들기로 얘기됐던 작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닝은 현지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절도가 아니라 계약 위반이고, 계약 위반은 이번 작품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쿤스텐 현대 미술관 측이 너무 적은 돈을 제작비로 보내 이번 (빈 캔버스)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쿤스텐 현대 미술관이 하닝에게 지급한 돈은 작품 제작에 필요한 9920만원(53만4000크로네)과 보수 465만원(2만5000크로네)으로 약 1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하닝은 자신이 작품 제작비로 받은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닝은 의뢰받았던 두 작품을 원래 의도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돈 460만원이 더 필요했다며 "만약 형편없는 직장에서 돈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일하기 위해 자신의 돈을 써야 한다면 (돈) 상자를 가지고 도망가라"라고 조언했다.
쿤스텐 현대 미술관은 하닝이 보낸 빈 캔버스 작품을 지난 24일 개막한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선보였다. 다만 오는 1월에 전시가 끝나면 계약서에 명시된 돈을 돌려받을 것이며 하닝이 이를 거부할 시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라세 안데르손 쿤스텐 현대 미술관 디렉터는 "하닝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할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우리가 맺은 계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