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을 최대한 씻어내야 술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윤나라 윤주당 사장(36)은 “김장 김치가 이집 저집 맛이 다르듯 같은 재료로 만든 막걸리도 어떻게 담그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이 고두밥과 누룩, 물에 단호박을 더해 ‘단호박 막걸리’를 만드는 데엔 약 1시간30분이 걸렸다. 불린 찹쌀 1㎏을 40분가량 쪄 만든 고두밥은 탁자에 넓게 펼쳐 충분히 식혔다. 고두밥을 큰 소쿠리에 옮겨 누룩 150g, 물 800mL, 단호박 300g을 넣어 천천히 버무렸다.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주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고루 섞은 주모(술을 만드는 원료)를 2.8L 용기에 담아 집으로 가져와 1주일간 발효·숙성 작업을 이어갔다. 막걸리 1.6L를 만들 수 있는 용량이다. 보관 장소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고 온도가 일정한 곳이 좋다. 용기에 담고 24시간이 지난 뒤부터 하루에 한 번씩 사흘간 숟가락으로 주모를 저어줘야 한다.
나흘째부터는 용기에 귀를 대면 막걸리가 발효하면서 나는 ‘톡톡’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 관찰일기를 쓰듯 매일 미세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드디어 1주일이 지나면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더 오래 뒀다 먹어도 된다. 윤 사장은 “막걸리는 저온에서 오래 숙성시켜도 상하지 않는다”며 “숙성시킬수록 알코올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고 술맛이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과연 막걸리 맛이 날까. 면포에 주모를 넣어 꾹 짜고 막 거른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셔봤다. 톡 쏘는 탄산감에 쌀과 단호박의 감칠맛이 어우러졌다.
윤 사장은 “만들 때마다 맛에 미묘한 차이가 난다”며 “숙성 환경이나 재료 비율, 부재료를 바꿔보면서 취향에 맞는 막걸리를 만들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호박 대신 진달래, 목련, 국화 등 꽃이나 복분자를 넣는 것도 추천했다. ‘정성을 얼마나 들이느냐’도 수제 막걸리의 맛을 좌우한다. 언뜻 간단해 보여도 제때 저어주지 않거나 햇볕에 방치했다간 식초가 될 수 있다.
재료만 준비한다면 이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집에서 나 홀로 해봐도 된다. 일부 전통주점은 온라인에서 누룩과 용기 등으로 구성한 ‘막걸리 DIY 키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막걸리는 만드는 행위 자체가 문화재로도 인정받는다. 막걸리를 빚는 기술은 올해 6월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됐다. 이 밖에도 경기대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설립한 ‘수수보리아카데미’, 국순당 ‘우리술 아름터’, 한국전통주연구소 등에서 전통주 역사와 제조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교육을 받으려면 1년 넘게 대기해야 하는 곳도 있다. 글=정지은/나수지
글=정지은/나수지/사진=신경훈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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