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24시간 '쾌락'에 중독된 현대사회

입력 2021-09-30 18:14   수정 2021-10-01 02:11

중독은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알코올, 담배, 약물, 마약, 도박, 게임,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각종 중독이 현대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행동이 서서히 습관으로 자리 잡고, 어느새 자신의 의지로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으로 발전한다.

더 큰 문제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이런 공세에 순진한 소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책 《도파민 나라(Dopamine Nation)》는 현대 사회에서 중독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확산하고 있는지 경고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독문제연구소 의료책임자인 안나 렘브크는 책을 통해 뇌신경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중독의 원인을 분석하고 색다른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가 마주했던 중독 환자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생생한 문체로 소개하면서 복잡하게 여겨지는 뇌신경과학 지식을 알기 쉬운 언어와 은유로 풀어낸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심리치료사’로 불리는 로리 고틀립이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건강한 균형을 찾도록 돕는,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는 책”이라는 추천사를 남겼다. 중독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미국 주요 언론들도 앞다퉈 서평을 싣고 있다.

‘도파민 나라’라는 제목에는 도파민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 사회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책은 각종 중독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도파민에서 찾고 있다. 도파민은 쾌락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이다. 현대인은 24시간 멈출 줄 모르는 최고의 도파민 자극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약물,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계속해서 과다한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자극이 넘쳐나고 있다.

렘브크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스마트폰이 24시간 지속적으로 도파민을 투여하는 ‘피하 주사 바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하나의 욕구가 충족되면 자동으로 또 다른 욕구가 등장하고, 그것들을 계속 채워줌으로써 인류가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쾌락의 나선 효과’가 나타난다. 디지털 세계에서 욕구와 쾌락이 쉽게 충족되면서 젊은 세대는 절제력과 회복력을 상실하고, 강박적으로 점점 더 센 쾌락 자극을 갈망한다.

“현대에 사는 것은 매우 도전적입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중독 문제에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미 모든 것이 제공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혹시 호르몬과 반사 작용에 의해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고 있지 않나요? 분명한 진실은 우리가 더 많이 소비할수록, 훨씬 더 불행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렘브크는 끊임없는 쾌락 추구가 고통을 초래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히며, 쾌락과 고통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방법을 알려준다. ‘욕망의 과학’과 ‘회복의 지혜’ 사이에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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