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따뜻함에 끌리고, 몸에 좋은 음식 찾고…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입력 2021-09-30 18:07   수정 2021-10-01 02:14

의식주 및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사회적 인간인 사람은 다른 이들과 얽혀 서로 돕고, 갈등하고, 의지하고, 이용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다른 이와 ‘체온(따뜻함)’을 나눌 것을 갈구하고, 맛나고 몸에 좋은 것을 먹기를 원한다.

모두 인간의 본성이라고 무심코 넘길 법한 일이지만 문득 의문이 머릿속을 스친다. 사람은 왜 다른 이들과 함께하길 원하는지, 언제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을지와 같은…. 이런 질문에 과학적 대답을 제시하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따뜻한 인간의 탄생》(한스 이저맨 지음, 이경식 옮김, 머스트리드북)은 체온 조절을 위한 인류의 치열했던 진화사를 되짚어 본 책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고, 친절과 호의는 따뜻하다고 느끼는 반면 냉대와 거절은 즉각적으로 차가움과 연결되는 배경을 탐구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온기’를 갈구하는 것은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두 발로 걷고, 신체에서 체모가 줄어들면서 체온 조절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그 결과 다른 어떤 발명품보다 먼저 불이 ‘발견’됐다. 또 옷을 만들고, 집을 지으며 체온을 보존하고자 했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했으며 체온 조절 본능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고 분석한다. 온도의 영향은 법정의 판결이나 집을 사는 것과 같은 큰 경제적 결단에서 두루 감지된다. 물리적 접촉이 빠르게 줄어드는 디지털시대가 됐어도 따뜻함에 절로 끌리는 본성은 억제할 수 없다. 서로 엉켜 지내려는 욕망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곽재식 지음, 북트리거)은 아파트라는 현대 한국인의 대표 주거 공간을 건축이 아니라 생물학의 시선으로 관찰한다. 유명 공상과학소설(SF) 작가이자 공학박사인 저자가 볼 때 아파트는 사람만 사는 공간이 아니다. 소나무, 철쭉, 고양이, 개미, 모기,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등 다양한 생명체가 아파트에 얽혀 삶을 이어 나간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시대에 최적화된 애완동물로서 고양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인간에게 해롭다고 여겨지는 생물들, 같이 사는지 인식조차 못했던 존재들도 인간처럼 아파트에서 태어나 먹고 자라고 후손을 낳고 죽는다. 같은 공간에서 생로병사를 이어가는 생물을 살피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마이클 로이젠 외 지음, 공지민 옮김, 세종서적)에서 내과의사이자 ‘건강을 위한 식단법’을 설파하는 저자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언제 먹는가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먹는 것도 타이밍’이라는 것.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먹은 음식이 임신을 계획할 때나 독감을 떨치려고 할 때 먹는 음식과 같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그동안 사람이 ‘무엇을’ 먹느냐에만 주목했을 뿐 생체리듬을 고려해 ‘언제’ 먹을지에는 무심했다고 지적한다. 최적의 ‘먹을 시기’를 고려한 식단을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간 식이요법을 다룬 허다한 책과 과연 뭐가 다른지 의문도 없지 않다. 하지만 ‘무엇’과 ‘언제’를 결합한 식단이 왠지 몸을 가볍게 해 줄 것 같은 느낌만은 떨치기 힘들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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