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해 1000억원대 배당을 챙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아니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라는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체 부동산 투자 수익을 위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인 셈이다. 유 전 본부장은 현재 여권의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제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천화동인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의 7개 관계사 중 하나다. 천화동인 1호는 지난 3년 동안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 전 부국장은 천화동인 1호도 소유하고 있다. 천화동인 2, 3호도 김 전 부국장의 부인과 누나 등 가족이 투자했다. 검찰은 천화동인 1호뿐 아니라 2~7호 중 일부도 차명 소유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 29일 검찰에 이 같은 혐의를 뒷받침하는 녹취록과 관련 증거 사진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모델을 짠 핵심 브레인이다. 국민의힘 TF 한 관계자는 “검찰의 편파 수사 가능성을 의식해서인지 우리 당에도 관련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성남시는 2015년 공영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 화천대유와 그 계열사인 천화동인 1~7호 등으로 구성된 ‘성남의뜰’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권을 줬다. 하지만 성남의뜰 지분 7%를 보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유 전 본부장이 실제 수익 일부를 챙기거나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구조를 짜면서 민간기업에 특혜를 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검찰 출신인 한 법무법인 대표는 “혐의가 사실이면 유 전 본부장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유 전 본부장의 범죄 혐의가 밝혀질 경우 이 지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 참모 등을 지냈다. 이윤희 성남시정감시연대 대표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이 지사의 심복 중 심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측근을 만들고 있다”며 측근설을 부인했다.
이날 경기 용인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상한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당시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수사관에게 다 설명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 1일 검찰에 출석해 모든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좌동욱/최한종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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