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지 않아 암호화폐 거래 영업을 종료하게 된 37개 사업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모호한 지침을 금융회사들이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사업자들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A씨는 “직원 급여 지급, IT서비스 대금 수령 등 암호화폐와 관련 없는 계좌까지 지난달 25일부터 정지됐다”며 “거래처로부터 차입금을 수령할 때 차질을 빚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입금정지 조치를 해제해달라는 A씨의 요구에 “암호화폐와 관련 없는 계좌가 맞는지 본사에서 판단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이 업체는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공문과 내용증명 등 각종 증빙서류를 은행 본사에 보내 ‘암호화폐와 관련 없는 계좌’라는 사실을 소명하고 은행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A씨는 “은행 직원은 지난달 17일 팩스로 계좌정지를 예고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수신한 기록이 없고 별도 연락도 없었다”며 “충분한 소명 후에도 은행에서 계좌를 풀어주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계좌에도 암호화폐 관련 자금이 섞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계좌로 거래를 계속 하고 싶다면 서류상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가 당국의 요주의 감시 대상이 돼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암호화폐 스타트업 대표는 “거래소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암호화폐와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은행 계좌가 통째로 정지되거나 벤처기업 인증을 취소당하는 등 억울한 피해를 본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제도권 밖에서 일부 거래소의 탈법 영업이 만연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적인 기업의 금융 거래까지 제약하면 신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블록체인 분야 성장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금법 시행 이후 암호화폐 사업 신고를 못 한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없고, 신고 없이 영업하면 5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은행은 지난달 24일자로 미신고 암호화폐 사업자의 집금 계좌에 대해 입금정지 조치를 취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시중은행들은 제도권에서 밀려난 대다수 거래소와 최대한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라며 “그럼에도 암호화폐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일반 사업자의 계좌를 우선적으로 묶은 건 은행의 과잉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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