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지면서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투잡(two job)족’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장기 침체 상황이었던 데다 코로나 쇼크가 장기화되면서 현저해진 현상이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회사 소속 직장인이라면 회사는 이를 전면 허용해야 할까, 금지해도 될까. 금지한다면 강제로 막는 것은 정당한가. 취업 관련 업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가운데 부업 경험자가 20%를 웃돈다는 응답도 나왔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등 일하는 형태의 다양화도 한 요인일 것이고, 주 52시간제 강행으로 여유시간이 늘어난 반면 근로소득은 줄어든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많은 근로자가 코로나 충격의 와중에도 착착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회사가 자신을 계속 지켜주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주(기업) 입장은 다르다. 무엇보다 회사 소속 근로자가 투잡을 뛰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 자연히 업무시간에 재해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성도 나빠지니 달가울 리가 없다. 그래서 업무시간 이외의 야간 겸업을 문제 삼기도 한다. 이로 인한 소송도 나왔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준 판례가 최근 나와 주목된다. 직장인의 야간 투잡, 어떻게 볼 것인가.
개인의 시간은 천부적 개인 소유이다. 독립된 개인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다. 부업이 주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물론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명백한 해사 행위가 아니라면 수용돼야 한다. 영향을 준다는 것도 모호한 개념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고,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을 때 영향을 준다고 할 것인가.
근로자들 의지는 묻지도 않은 채 주 52시간 준수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건 누가 어떤 논리로 강제하는 것인가. 52시간제에 따라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의 여건은 됐을지 몰라도 수입은 줄어들어버렸다. 가처분 소득이 명백히 줄어든 판에 남는 저녁시간의 여유가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차라리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게 소비지출에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도 가로 막을 이유가 없다. 산업의 발달에 따라 야간의 투잡 활동 여건도 상당히 좋아졌다. 플랫폼산업이 진전되면서 배달업 등은 휴대폰 하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젊을 때 조금이라도 일을 더 해야 노후 대비를 할 수 있고, 저축을 늘려야 조기 은퇴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겸직을 금지하는 회사 사규가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개인 본연의 근로권을 제한하는 행위다. 젊은 근로자라면 주말의 이틀, 사흘씩의 휴일을 다 놀기보다는 하루 정도는 일을 해 소득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유튜버나 블로거들 활동도 보라.
이렇게 쟁점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통상적 직장인’ 근로자의 정규·정례의 야간 투잡은 문제가 다분하다. 낮에 하는 주된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 재해 가능성을 높인다. 더구나 신설된 ‘중대재해법’은 얼마나 무서운가. 가히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이 법은 근로자가 중대한 재해를 입었을 경우, 비록 본인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 해도 사업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는 회사 책임으로 규정한다. 무거운 벌금은 물론 최고경영자(CEO)가 구속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회사 소속 근로자가 회사와 상관없는 일로 피로가 누적돼 안전사고를 일으킨 것까지 책임지게 할 수는 없다. 계약된 근무시간 외의 시간은 늘어나는 반면 소득은 감소하는 게 큰 문제라면 관련 법규와 제도를 고치는 게 정석이다. 기업에서 노사 자율로 연장근무를 어느 선까지 여유 있게 하도록 하면서 간섭을 배제하면 이 문제는 절로 해결된다. 많은 회사가 ‘겸직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고, 실제로 위반자가 처벌받는 경우도 많지 않다. 결국 억지로 만든 법과 사회 문화가 문제인 것이다. 겸직 때문에 빚어지는 근로자들의 지각 빈도, 근태 불성실 같은 것도 봐야 한다. 무리한 겸직으로 인한 손실은 한 기업만의 피해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노사관계의 신뢰도 해칠 수 있는 만큼 야간 투잡 같은 겸직은 최대한 억제하고 막는 게 바람직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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