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과도한 통화량 증가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아요

입력 2021-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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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나 신문을 보면 국가가 현금을 얼마 주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정부가 소득 하위 88%의 국민에게 국민지원금을 1인당 25만원 지급하기도 하였습니다. 모두 제대로 된 재원 마련 계획은 보이지 않고 돈을 주겠다는 달콤한 속삭임만 보내고 있습니다. 목적은 단순합니다. 소득 격차를 해결하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돈만 풀어서 경제가 살아나고 소득 격차가 해소되었으면 다른 나라들은 왜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습니까?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과 기록적 인플레이션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했던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베네수엘라입니다. 한때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부를 쌓았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대통령이었던 우고 차베스는 국민에게 막대한 현금 수당과 각종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당연히 국민은 열광했습니다. 일하지 않아도 국가가 막대한 돈을 지급했기에 걱정이 없었습니다. 차베스의 지지율은 하늘 높이 치솟았습니다. 차베스의 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도 차베스와 같은 정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석유가격이 하락해 베네수엘라가 벌어들일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들게 됐습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기업을 국영화해 정권의 정책 도구화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민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현금 복지정책을 지속했습니다. 결국 2018년에는 무려 6만5370%라는 기록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베네수엘라 화폐의 가치가 휴지 조각 상태가 됐습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는 지난 7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 화폐단위 액면가를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그동안 통화량을 무분별하게 늘린 대가는 너무 컸습니다.
통화량 증가는 물가 상승을 동반
베네수엘라가 실패했던 복지 정책을 지금 한국에서 시도하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한국의 2011~2020년 통화량(M2)과 소비자물가지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통화량이 증가할수록 물가는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책 중 하나가 《맨큐의 경제학》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경제학의 10대 기본 원리 중 하나는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입니다. 이렇게 통화량이 증가한 상태에서 정치인들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매월 고정된 현금을 지급하는 수당이 신설돼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빌려온 돈으로 지출하거나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것입니다. 그러면 시중에 풀린 통화량은 앞으로 더 증가하게 됩니다. 늘어난 통화량으로 물가는 상승하고 화폐 가치는 당연히 하락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 비용과 정책 부작용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져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임금 소득자나 연금 수급자들은 피해를 보게 됩니다. 물가가 상승해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화폐가치 하락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현금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지출한 자금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미래의 빚입니다. 빚을 갚으려면 다시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금을 올려 갚아나가야 하겠죠.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국제 신용도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결국 국민에게 약속했던 현금 수당을 세금으로 다시 거둬가는 모양새가 됩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바스티아는 경제 현상에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 때문에 미래의 부작용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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