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한국 가계가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이 66조원으로 추산됐다. 올해 10~11월에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올리면 가계 이자비용 총액은 59조원으로 추산된다. 내년 이자비용은 이보다 7조원가량 불어나는 것이다. 내년 이자비용은 한은이 관련 집계를 작성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연간 이자비용 최대치는 2018년으로 60조4000억원에 달했다.
내년 이자비용은 오는 10~11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내년에도 0.5%포인트 인상한다는 추정을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산출한 금액이다. 올해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은 정부 목표치(올해 6%, 내년 4%)를 웃도는 9%, 5%로 추산했다. 불어나는 이자비용이 가계 씀씀이를 옥죌지는 미지수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가처분소득이 빠르게 회복되면 이자비용이 씀씀이를 갉아 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데다 성장잠재력이 약화된 것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30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험 요인들은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금리인상 흐름이 가계부채 부실을 키울 회색 코뿔소가 됐다는 분석이 적잖다.
물가가 치솟는 데다 경기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도 포착되는 등 가계 자산·소득을 갉아 먹을 변수는 불어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5~8월에 물가가 넉달 연속 5%를 웃도는 등 목표치(2%)를 크게 넘어섰다. 독일도 9월 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해 2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설비투자가 줄고 문을 닫은 기업이 늘면서 생산·고용이 줄면서 각국 성장잠재력도 약화됐다. 한국의 2020~2021년 잠재성장률은 역대 최저인 2.0%로 떨어졌다. 이 여파로 가계의 이자상환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그만큼 가계부실 우려도 커진다. 정부가 은행의 대출중단 사태를 불러올 만큼 가계대출을 옥죄는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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