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천대유 부담? 대장동 'SK뷰 테라스' 무더기 미계약 사태

입력 2021-10-03 17:37   수정 2021-10-03 20:30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최근 분양했던 테라스하우스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무더기 미계약이 발생했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미계약이 드물었다. 그러나 높은 분양가와 이에 따른 자금부담, 시행사가 화천대유라는 점 등이 계약자들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대장지구 B1블록에 짓는 ‘판교 SK뷰 테라스(판교 SK VIEW Terrace)’가 지난 1일까지 292가구에 대한 계약을 받았다. 계약에서 200가구가량은 주인을 찾아갔지만, 100가구 정도는 미계약으로 남아 추가로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3분의 1이 미계약이 된 것이다.

분양 관계자는 "정확한 주택형이나 가구수는 아직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100~110가구 정도 미계약으로 나오게 되면서 오는 5일 추가 모집공고를 내고, 6~7일 청약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분양 관계자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화천대유나 이런 것 보다는 '묻지마 청약'을 했던 당첨자들의 포기가 많았다"며 "자녀명의로 넣었다가 당첨됐지만, 자금조달계획서를 쓰기가 여의치 않아 포기한 사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약포기자들 중에서는 화천대유 사태로 주목받는 점이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성남에 사는 A씨는 "아들이 당첨돼 자금을 좀 보태서 집을 사게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번에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보니 부담스러웠다"며 "혹시라도 나중에 조사가 들어오거나 괜히 문제 삼는 일이 생길까봐 계약을 안하게 됐다"며 아까워했다.

판교 SK뷰 테라스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돼 주택수 산정에 포함되는데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매는 등기후 가능하다. 실제 3.3㎡당 평균분양가가 3400만원이 넘어 성남 최고 수준이었다. 전용면적 75㎡의 분양가는 10억~11억대였고, 84㎡는 11억~13억대였다.

그럼에도 청약문턱이 낮다보니 신청자가 몰렸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 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당첨 제한이 없다. 지난달 292가구를 모집하는데 9만2491명이 접수해 평균 316.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2가구만 모집하는 전용 84㎡T형에는 2만7739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로 2311.58대 1을 나타냈다.

당첨자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었지만, 때마침 불거진 화천대유 특혜의혹 사태와 중도금 대출 문제 등으로 적잖은 갈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시행사인 화천대유 측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9억원 이내 40%, 초과분 20% 범위에서 대출을 알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을 꺼려하는 분위기에 당첨자들에게 대출여부가 확실하게 고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금의 대부분을 자납해야하는 부담이 작용하면서 계약을 포기한 이들이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 한 지역 공인중개사는 "예상보다 많은 미계약이 나오다보니 혹시나 기회가 있을까봐 지역 수요자들의 전화와 카톡이 밀려오고 있다"면서도 "수요자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자금만큼이나 화천대유"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가 화천대유다보니 중도금 대출은 거의 어려울 것 같고, 자금은 8억 정도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번과는 달리 다주택자들은 청약을 포기하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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