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사진)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대선 후보 경선에서 55%대 지지율로 압승을 거두며 본선 직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도 지금까지 치러진 민주당 8개 지역경선에서 광주·전남을 제외한 7개 지역과 1차 슈퍼위크(9월 12일)에서 승리하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지사는 부·울·경 경선에서 3만5832표의 유효투표 중 1만9638표(득표율 55.34%)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1만1969표(33.62%)로 2위였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9.74%, 박용진 의원은 1.30%였다. 누적득표율은 이 지사가 53.51%(36만5500표), 이 전 대표는 34.73%(22만4835표)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3일 인천지역 경선과 약 50만 표가 걸린 2차 국민선거인단 경선(2차 슈퍼위크)에서 승리하면 본선 직행이 유력하다. 남은 지역경선은 경기(9일)와 서울(10일)로 이 지사에게 유리한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오는 10일까지 누적득표 집계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면 결선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이 지사는 ‘대장동 게이트’ 연루 의혹에도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공격하는 전략이 여권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개발을 민간개발로 진행해 부당이익을 취하려던 국민의힘과 투기세력을 막고 5500억원을 환수했는데 이제는 민간을 개입시켰다고 공격받고 있다”며 “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국민이 판단했다면 지금의 지지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경선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정면돌파하는 전략을 폈다. 대장동 의혹에도 득표율이 50%를 넘은 데 대해선 “개발에 참여한 민간영역의 투자가 어떻게 되고, 어떻게 나눴는지 제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상식을 가진 국민은 다 안다”고 했다.
이 지사는 “공공개발을 해서 100% 환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로는 법률상 제도가 없어서 개발자금을 직접 마련할 수 없었다”며 “국민의힘이 의회를 통해 방해하는 바람에 4년 이상 개발 착수도 못 했으니 다 그들의 잘못 아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위를 기록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지사의 ‘대장동 악재’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이 전 대표는 PK 경선에서 33.62%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전 대표는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남은 일정을 여전히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밴드왜건 효과(선두 후보에게 지지가 쏠리는 현상)’를 극대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자신을 겨냥해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과 언론에 각을 세우며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이 지사는 “부패한 정치세력, 민간개발 이익을 독점해오던 토건세력과 결탁한 보수 언론이 아무리 가짜뉴스로 국민을 속이고 마치 책임이 제게 있는 것처럼 선동해보지만 그런 게 통할 만큼 국민이 어리석지 않고 더 현명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정치인들의 일방적 주장과 일부 보수 언론의 가짜뉴스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는, 그야말로 국민을 이상한 존재로 여기는 영화 ‘내부자들’ 속 그 추억은 이제 과거가 됐다”며 “국민의힘은 정신차리라”고 했다.
이 지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B·C 노선 사업의 적기 추진 △GTX-C 노선을 평택과 시흥까지 연장하는 방안 검토 △미군 반환 공여지의 국가 주도 개발 추진 △판문점을 비무장지대(DMZ) 관광의 거점으로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재차 야당에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자신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국민의힘을 향해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과거 이 지사 관련 재판에서 무죄 입장을 낸 권순일 전 대법관이 대장동 개발사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걸 두고 제기되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선 “내가 노스트라다무스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5년에 미래를 예측해 내가 2019년에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거기(재판)에 모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 이 사람한테 이익을 주고 대비했다는 거냐”고 의혹을 부인했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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