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한 말이다. 뉴욕 방문 중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인터뷰가 실린 날이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정 장관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방치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기사의 맥락상 ‘현 상황’은 ‘미국이 북한에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지난달에만 네 차례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 원인을 미국에 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인터뷰는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하루 뒤 진행됐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후속 대응 논의를 진행한 다음날 한국 외교수장은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이다.
백악관 브리핑이 있던 날 국무부도 “국제사회가 북한에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미국은 제재 완화나 해제에 준비가 안 돼 있지만 우리로서는 이제 이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한 정 장관의 발언을 정면 겨냥한 것이었다.
이 대담회에서 정 장관은 중국의 대외정책이 ‘공세적(assertive)’이라고 보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며 중국을 두둔하기도 했다. 사회자가 한국을 일본·호주와 함께 반중(反中) 블록(전선)으로 구분하자 “그것은 냉전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냉전식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 다음날이었다.
당장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정 장관이 상대국을 윽박질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중국의 ‘늑대 외교’를 적극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우리도 일본에 강하게 입장을 개진한다는 점에서 ‘공세적’”이라며 돌연 일본을 언급했다. ‘중국 편들기’를 위해 애꿎은 대일외교를 도마에 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의 도발 속에 우방국들을 자극하는 외교수장의 좌충우돌 발언이 쏟아지는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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