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곧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끝내기 위한 모든 도구를 갖추게 된다. 백신과 마스크, 신속한 검사, 항체치료제 그리고 먹는 약이다.”
세계적 의학기관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소장은 3일 이렇게 밝혔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와 리지백바이오가 공동 개발한 ‘몰누피라비르’ 등 먹는 약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용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와 항체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이들 주사를 맞으려면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만 선별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먹는 약이 나오면 모든 환자가 감염 초기 치료 대상이 된다.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전파를 차단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란 평가다.
사망 위험은 크게 갈렸다. 몰누피라비르를 먹은 환자 중 29일 안에 사망한 사람은 없었지만 가짜 약을 먹은 환자는 8명 숨졌다. 만 60세 이상은 물론 비만·당뇨·심장병 환자도 임상시험에 포함한 결과다. 델타와 감마, 뮤 변이 환자 비율도 80%에 이른다. MSD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155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할 계획이었다. 이번 중간 분석에 포함된 사람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결과를 받아든 미 식품의약국(FDA)은 사용승인 절차에 들어가도 좋다고 권고했다. 약효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SD는 2주 안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께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앤서니 파우치 미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데이터가 상당히 인상적”이라며 “FDA가 가능한 한 빨리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핵산 구성성분(리보뉴클레오시드)과 비슷한 화합물을 투여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동물실험에선 예방과 치료는 물론 전파 차단 효과도 확인됐다. 환자는 매일 두 번 캡슐 형태의 알약을 4개씩 먹어야 한다. 5일간 알약 40개를 복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달러다. 기존 주사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백신은 확산을 막는 방패다. 확진자를 줄이고 치사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미 감염된 사람에겐 효과를 내지 못한다. 먹는 약이 개발되면 인류는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강력한 창을 갖게 된다. 경증 환자에게 바로 투여해 증상을 줄이고 항체 치료제 등을 보완 치료에 쓸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용 항바이러스 주사제인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출시됐다. 항체치료제도 나왔지만 모두 주사제다. 입원 환자에게만 쓸 수 있는 데다 몸속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데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렘데시비르가 입원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하는 데 그친 이유다.
후속 치료제도 준비 중이다. 화이자는 인간면역결핍치료제(HIV) 성분인 리토나비르를 이용한 항바이러스제를 코로나19 치료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달에 임상시험이 끝난다. 로슈도 C형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을 코로나19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3상 시험은 다음달 종료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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