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원자력발전 국영기업인 EDF가 영국 정부에 신규 건설 예정인 원전에서 중국을 제외할 것인지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몬 로씨 EDF 영국지사장은 "사이즈웰C 원전에서 중국 핵전그룹(CGN)의 투자를 유지할 지 말 지를 결정해야 영국의 탄소저감 정책도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DF는 CGN이 빠지더라도 다른 투자자가 참여하면 원전 건설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즈웰C 원자로는 영국이 동해안 서포크에 건설을 추진 중이다. C는 사이즈웰 원전 단지의 3번째 원자로라는 의미다. 사이즈웰C의 용량은 3.2GW(기가와트)로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총 200억파운드(약 32조원)의 투자금을 프랑스 EDF와 중국 CGN이 각각 80%와 20%씩 투입해 짓기로 했으며 전기요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사이즈웰C 원자로는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정부가 중단시킨 상태다. 미국이 2019년 8월 CGN이 중국군 연관 기업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영국도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후 영국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CGN을 퇴출시키는 대신 정부가 CGN을 지분을 사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하거나, 아니면 증시에 상장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 왔다.
영국은 1995년 사이즈웰B 원자로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재개 이후 신규 가동되는 첫 원전인 힝클리포인트C도 EDF와 CGN이 합작했다. 지분율은 EDF가 67%, CGN이 33%이며 2026년부터 가동 예정이다. 힝클리포인트C와 사이즈웰C의 용량과 총 투자금은 비슷하다.
영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7개의 원전 중 1995년에 완공한 사이즈웰B를 제외한 6개가 2030년 이내에 수명이 다 된다. 이 6개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량은 6.6GW에 달한다.
EDF 측은 "2018년말 짓기 시작한 힝클리포인트C가 8년 만인 2026년에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점을 봐도 영국이 전력난을 피하려면 사이즈웰C를 서둘러 확정하고 착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유기업인 CGN은 이들과 별도로 영국과 동해안 에섹스 지역에 브래드웰B 원자로 건설을 협의해 왔다. CGN이 66.5%, EDF가 33.5%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CGN 등 중국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화룽1'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 1차 검토까지 마쳤으나 이후 진행이 중단됐다. 영국 정부가 사이즈웰C에서 CGN을 퇴출시키면 브래드웰B 프로젝트도 다른 기업에게 다시 발주할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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