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명인사 천문학적 돈세탁"…탈세 판도라 상자 또 열렸다

입력 2021-10-04 14:19   수정 2021-10-05 01:53

정치 지도자, 억만장자 등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조세피난처에 거액을 숨겨놓고 탈세 등 불법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됐다.

BBC, 워싱턴포스트 등은 3일(현지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인용해 수백 명의 지도자와 정치인, 억만장자, 유명 연예인, 종교지도자 등이 지난 25년간 저택과 해변 부동산, 요트, 기타 자산 등에 투자하며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ICIJ는 이날 파나마, 키프로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등의 14개 금융 서비스 기업에서 입수한 약 1200만 개의 문서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됐을 당시 명단에 오른 인사 중 일부가 사임하거나 검찰 수사에 직면하는 등 국제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지 5년 만에 다시 비슷한 폭로가 나온 것이다.

ICIJ가 주도한 이번 프로젝트는 ‘판도라 페이퍼스’로 불린다. 117개국 159개 미디어에서 650여 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프로젝트 이름에 대해 “이번 보고서가 엘리트들의 숨겨진 거래 내역과 함께 그들이 어떻게 역외 계좌를 활용해 수조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호했는지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주요 전·현직 정치인은 330여 명이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의 측근도 포함됐다. 터키 건설업계 거물 에르만 일리카크와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레이놀즈앤드레이놀즈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브로크먼 등 억만장자도 명단에 포함됐다.

압둘라 2세는 1995~2017년 최소 36개의 유령회사를 세우고, 미국과 영국에서 총 1억600만달러(약 1258억원)에 달하는 14개 저택을 구매했다. 압둘라 2세가 사들인 집 중에는 2017년 버진아일랜드 업체를 통해 구매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션뷰 저택도 있다. 이 저택은 가격이 2300만달러에 이른다.

블레어 전 총리는 880만달러짜리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을 보유한 버진아일랜드 업체를 2017년 인수했다. 당시 바레인 산업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이 업체를 사들이면서 40만달러 이상의 세금을 절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비영리 매체 뉴스타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홍콩 페이퍼컴퍼니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하는 등 한국인과 관련된 내용의 폭로를 예고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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