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총량 규제에 맞추려는 금융사들의 대출 죄기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대출을 한시 중단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데 이어 우리은행은 이번달 지점당 월별 대출 한도를 최저 5억~10억원으로 제한했다. 이 은행의 한 지점 관계자는 “평상시면 하루 만에 동이 날 양”이라며 “한도를 추가로 배정받는다 해도 연말까지 대출 총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여유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은행은 '대출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연초부터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대출 항목·분기별 한도를 두고 대출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연쇄적인 대출 제한, 규제 불안감이 촉발한 대출 가수요 등으로 ‘풍선 효과’가 집중되자 4분기에는 고삐를 더 죄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규모, 전달 대출 실적 등에 따라 월별 한도를 지점마다 다르게 부여하고 수요가 지나치게 많이 몰리는 지점에는 추가로 배정해 유동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연말에 대출이 아예 중단되는 사태가 없도록 하려면 미리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이 연말까지 추가로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은 7조5000억원(잔액 기준) 정도다. 상환되는 대출까지 고려해도 10~12월 간 한 달에 2조5000억~3조원 수준에서만 신규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월 평균 대출 잔액 증가 규모가 3조6400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지금까지보다 대출 문턱을 대폭 높여야 겨우 지킬 수 있는 목표치다.
은행별로 보면 이미 신규 주택대출을 중단한 농협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7.3%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이 5.2%, 국민은행이 4.9% 순이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 3%로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한도 관리에 돌입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이에 준하는 강력한 대출 제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모든 타행 대환대출을 중단하고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의 한도를 축소했다. SC제일은행은 이달 7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 중단을 결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서 대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한 은행들의 풍선 효과도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이 안 된 상태”라며 “12월에 대출 ‘셧다운’을 겪지 않으려면 줄줄이 한도를 대폭 줄이고 금리를 추가로 높이는 등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남·부산은행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각 11.8%, 9.9%에 달했고 현대카드(14%)와 롯데카드(12%)도 카드론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의 주의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농·축협 상호금융에 비해 비교적 관리가 느슨했던 산림조합중앙회에도 총량 관리를 재차 당부한 상태다. 지역 단위 농·축협은 지난 8월 말부터 비·준조합원의 신규 대출을 중단했는데, 산립조합 역시 유사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전국 130개 산림조합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현재 5%대로 총량 규제 목표치인 4%대를 넘었다.
풍선효과가 속출하면서 연말까지 남은 2금융권 대출 한도 역시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보험사·카드사 등도 연말까지 추가적인 대출 축소에 나설 전망이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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