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32 대 1…'대기업 직행' 계약학과 인기

입력 2021-10-04 17:27   수정 2021-10-14 16:35


202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논술전형 경쟁률이 세 자릿수로 치솟았다. 12명을 모집하는 논술전형에 1583명이 몰려들었다. 경쟁률은 131.9 대 1로, 지난해 경쟁률 95.6 대 1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부진과 대기업 공채 폐지 등으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같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 학과들은 대학이 기업과 채용을 조건으로 지원 계약을 체결해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취업은 물론 장학금과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돼 학생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2학년도 주요대의 계약학과 수시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10명을 모집하는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의 수시 학생부종합 일반전형의 학업우수형 경쟁률은 지난해 9.8 대 1에서 올해 16.7 대 1로 뛰었다. 40명을 모집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학생부종합 특별전형 경쟁률도 지난해 10.3 대 1에서 13.6 대 1로 올라갔다.


학생들이 계약학과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연 취업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 입시 때부터 취업과 직결된 전공에 대한 선호가 커지며 계약학과 경쟁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두 곳에 수시 원서를 낸 고3 수험생 이모군(18)은 “대학교 4학년인 사촌형의 구직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올해 입시의 ‘이과 쏠림’ 현상 배경에는 계약학과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다수의 계약학과가 자연계열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일자리를 염두에 둔 학생들이 이과형 과목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 원서 접수 때는 문과생이 응시하는 ‘수학 나형’ 지원자가 67%, 이과생이 응시하는 ‘수학 가형’ 지원자가 33%였던 반면 올해는 문과와 이과 비율이 5 대 5 수준이다.

기업과 학생의 수요 증가에 따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53개로, 전년(35개) 대비 51.4% 증가했다. 대학 학부는 물론 대학원에서도 계약학과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와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를 설립하고 2022년 전기 대학원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한 수도권 대학의 교수는 “계약학과가 학교의 입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다 보니 대학가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계약학과가 없는 대학에서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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