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키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에 치중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기업을 공략하고 있다.
4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 기업이 1000억원(발표 당시 환율 기준, 단순 지분 투자 제외) 이상을 지급하고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12건이다. 이 중 8곳이 미국, 2곳이 유럽 기업이다. 아시아 기업은 2곳(말레이시아, 홍콩)이었다. 기업 M&A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 기업이 ‘큰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한동안 해외 기업과 글로벌 사모펀드(PEF)에 팔려 가는 ‘매물’ 신세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을 제외하면 선진시장 기업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았고, 시도 자체도 많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했지만 대부분 중국 동남아 투자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은 미래 기술 확보와 선진시장 공략을 위해 선진시장 기업 M&A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바이오, 수소, 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 영향도 컸다. 이렇다 보니 해외 M&A 시장에서 한국 기업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설명이다.
외국 기업의 합작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대형 완성차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K배터리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경민/차준호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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