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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CJ제일제당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명문팀인 LA 레이커스로부터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자는 제안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의 식품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선수 유니폼에 새기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LA 레이커스는 통산 17차례 우승한 명문 구단으로 NBA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 등이 소속돼 있다.
후원사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LA 레이커스가 CJ에 먼저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은 영화 ‘기생충’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CJ의 콘텐츠 역량과 확장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출시 10년째인 비비고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과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최고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K컬처 확산에 힘입어 K푸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수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K푸드 신드롬 뒤에는 수십 년간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 기업들의 분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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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K푸드 육성을 위해 먼저 문화에 투자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쓴 영화 기생충은 CJ가 25년간 K컬처에 투자한 결과였다. CJ는 북미뿐 아니라 남미,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K컬처를 심었다. 2017년부터 매년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더CJ컵도 개최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LA 레이커스와의 파트너십 체결이란 성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CJ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오리온과 농심, 대상, 풀무원, 삼양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42억8000만달러(약 5조9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 현지에서 생산·판매한 제품 매출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세계적 흥행 덕분이다. 짜파구리 열풍은 농심에 더 없는 글로벌 마케팅 기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목을 잡았다. 농심은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짰다. 미국에선 ‘신라면의 맛있는 본능’이란 애니메이션 광고를 선보여 유튜브 조회 수 140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농심은 올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 제1공장 인근에 제2공장을 완공한다. 제2공장을 거점으로 미국,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와 남미 지역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상은 올해 말 국내 식품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김치공장을 가동한다. 김치는 최근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으로 각광받으며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대상은 당초 지난해 미국 공장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허가는 물론 현장 실사마저 수차례 지연됐다. 대상은 일정이 지연되자 소비자 조사와 원료 유통망 확보,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대상 관계자는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김치 시범 생산을 진행 중”이라며 “공장이 완공되면 해외 매출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식품업체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제너시스BBQ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외식 브랜드 5위에 올랐다. 파리바게뜨 등 베이커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의 해외 매장 수는 430개에 이른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K컬처 인기에 힘입어 만두, 라면, 스낵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샤인머스캣, 쌀 등 한국 농산물 수출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박종관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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