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6억원 이하 중저가 ‘서민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전체의 64.5%에 달했으나 △2018년 60.9% △2019년 43.8% △2020년 38.8% 등으로 줄었다. 4년 전 서울에서 6억원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10채 중 6채가 넘었지만 이제는 10채 중 3채도 되지 않는 셈이다.
6억원은 통상 중저가 아파트를 가르는 기준이다. 시세 6억원이 넘지 않는 아파트를 매수할 땐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어서다. 낮은 금리로 최장 40년에 나눠 매달 안정적으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해 신혼부부와 젊은 층, 자금이 넉넉지 않은 무주택자 등의 ‘내집 마련’을 돕는 주거 사다리로 여겨졌다.
6억원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는 동시에 면적도 좁아지고 있다. 2017년에는 마포구 ‘공덕래미안4차’ 전용면적 59㎡를 5억원 후반대에 매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7월 신고된 이 주택형의 실거래 가격은 14억원이다. 노원구 ‘상계주공 6단지’ 전용 32㎡는 지난 8월 6억750만원에 손바뀜해 6억원으로도 사기가 어렵게 됐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2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9978만원으로 12억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12월(10억4299만원) 대비 9개월 만에 1억5000만원 넘게 상승했다.
서울에선 6억원 이하 매물을 찾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지난해 7~8월부터 30대 이하 젊은 층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확산한 영향이다. 금천구 ‘두산위브’는 지난해 12월 전용 59㎡가 5억99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올 들어선 6억원 이하 거래가 단 한 건도 없다. 가산동 A공인 대표는 “이 단지 24평(전용 59㎡)은 몇 년간 가격이 3억~4억원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작년부터 가격이 점프하기 시작했다”며 “6억원 이하 매물은 이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보금자리론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집값 6억원 이하’ 기준은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2004년 만들어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평균가격이나 중위가격의 일정 비율 등으로 기준을 정해놓으면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고 서민의 내집 마련을 돕는다는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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