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6개월여 만에 3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 3월에도 3000선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전력 원자재 등 공급 부족, 중국 헝다 사태, 가시화되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외에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등 악재가 겹쳐 있어 시장의 시각은 비관적이다. 증시는 당분간 3000선을 밑도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 상황에서 투자 기회를 찾으려면 다음달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관련 종목에 눈길을 돌리라는 조언이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수개월간 “공급망 훼손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주장해온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공급망 병목현상은 내년까지 계속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이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무서운 속도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건 물류대란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뿐만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4일(현지시간)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석탄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7배가량 급등했다. 중국은 석탄 부족으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이날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자 금리도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06%까지 올랐다. 페이스북을 둘러싼 유해성 논란까지 터지면서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14% 하락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식시장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안을 찾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낙폭이 적절한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긴축과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는 같지만 지금은 경기 둔화 우려까지 짙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50%대로 상반기 대비 절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재화소비는 줄고 서비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출 제조국인 한국 기업의 하반기와 내년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반도체, 게임 등 주요 상장사 실적에 대한 불안감은 코스피지수 상단을 짓누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반도체는 하강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게임 업종 역시 신작 게임에 대한 실망감과 각종 규제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