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 증거인 녹취파일을 바탕으로 의혹을 퍼즐들을 맞춰가고 있다. 개발 책임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검찰에 녹취파일을 제공한 정영학 회계사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대질조사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말이 무성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 정 회계사를 각각 소환조사했다. 두 인물은 로비 여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 파일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유 전 본부장 등이 로비 자금 마련과 수익금 배분 등을 놓고 대화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가 실소유한 천화동인 1∼3호 배당금 1410억원 중 절반인 700억원을 요구해 약정을 받아내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는 녹취 내용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구조를 설계하고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김씨와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지 실제로 돈을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또한 화천대유측으로부터 수수한 혐의를 받는 11억여원도 차용증을 쓰고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사업 자금과 이혼 위자료 명목으로 빌린 돈이라고 했다.
진술이 엇갈림에도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대질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여전히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중이기 때문에 대질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사건에 따라 수사 초기부터 대질신문을하기도 하지만, 대장동 의혹은 피의자와 참고인들 간 관계와 금전 거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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