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퇴근 기록상 초과 근로 없어도 산재 인정"

입력 2021-10-06 16:11   수정 2021-10-0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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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기록이나 컴퓨터 로그기록 상 초과근로가 없었어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회사 정책상 재택이나 야근을 했을 것으로 보이고, 부서 이동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안금선 판사는 6일 30대 여성 근로자 A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는 2015년 B주식회사에서 입사해 근무하고 있었다. 부서이동이 있던 2018년 경 A는 자택에서 출근준비를 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이 '발병 전 평균 업무시간이 1주당 38시간'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불승인처분하자 공단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는 "발병 6주전 기존 업무와 연관성 없는 부서로 이동한데다 업무량이 상당히 많았고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 업무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뇌경색과 직장에서 얻은 피로·스트레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단은 "A의 출퇴근카드, 컴퓨터 로그기록으로 근무시간을 산정하면 발병 전 12주간 업무시간은 평균 1주간 38시간이었다"고 맞섰다.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을 넘기지 않았으므로 과로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안 판사는 "뇌경색은 업무상 부담으로 인해 발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판사는 "옮긴 부서가 직원들 사이에서 선호 부서이긴 했지만, 해외출장이 잦고 수시로 영어를 사용해 필리핀 현지 요청에 대응해야 하는 등 업무량이 많았다"며 "인수인계 자료도 방대한 양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는 부서 이동 결정 후 영어학원 주말반에 등록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가 발병 전 4주간 평균 34시간, 12주간 평균 38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나타나 이 수치만 보면 과로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는 하계휴가 중에도 회사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했지만 업무시간에 반영되지 않았고, 회사 정책으로 야근 대신 자택에서 업무를 처리했을 것으로 보이므로 실제 업무시간은 공단이 계산한 업무시간을 초과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출퇴근카드, 로그기록에 근거한 업무시간만을 들어 질병과 업무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30대 여성에게는 뇌경색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서 이동 과정에서 과중한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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