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은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가계부채 증가의 대부분이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해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고 묻자 고 위원장은 “예”라고 힘줘 답한 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인) 6.9%(전년 말 대비)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러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고 위원장은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난 7~8월과 달리 9월 들어 크게 안정됐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7월과 8월 각각 10%(증가액 15조3000억원), 9.5%(8조5000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은 “7월말 ‘IPO 효과(2조7000억원)’를 감안할 때 7월엔 12조원 정도, 8월에도 11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9월에는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이보다는 많이 안정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여야 의원은 당국의 ‘규제 강화 드라이브’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박경미 대변인이 전했다.
유 의원도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보면 ‘이사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대출이 막혔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의 윤관석 의원도 “서민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해달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대출 규제가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대출로 부동산을 과열시키는 행위에 조치하라’는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받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고 위원장은 “작년에”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이달 중순 내놓을 가계부채 보완대책과 관련해 “실수요자 보호에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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