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로 인해 아파트에서 시작된 매수세가 빌라(다세대·연립주택)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8월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량은 4457건으로 아파트 거래량(4165건)보다 더 많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2021년 들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상품은 위계를 가지는데 개별 부동산도 마찬가지고, 유형별로도 그렇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아파트가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고 연립과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는 위계가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량이 아파트를 추월한 것은 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방증입니다. 2020년 6월의 경우 아파트는 1만5623건 거래된 데 반해 다세대·연립주택은 6634건에 그쳤습니다.
서울은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2.3배에서 3.5배로 격차가 커졌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6억1000만원에서 11억8000만원으로 늘어난 데 반해 연립주택은 2억6000만원에서 3억3000만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금액으로 따지자면 아파트는 5억7000만원이 올랐는데 반해 연립은 7200만원 정도만 올랐습니다. 2021년 8월 현재 연립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6억4000만원)에도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저평가에 따른 투자수요가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아파트의 경우 전세를 끼고 투자를 해도 5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나 연립주택의 경우 1억원이면 충분합니다.
두 번째는 MZ세대들이 주택 매입에 적극 참여하면서 입니다. 아파트는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지만, 연립주택은 이보다 저렴합니다. 2021년 들어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 대비 20, 30대 비중은 40%대로 10건 중 4건 이상이 MZ세대입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주택수요자로 참여하면서 연립주택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MZ세대들이 계속적으로 주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집값 상승에 따른 박탈감 때문일 겁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할수록 여타 연령층에 비해 20대와 30대가 가장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출처 ; 김인호, ‘세대 간 주택시장의 이해와 주거유형 선택의 경제적 함의: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경제포럼, 2020.7)
MZ세대들의 자금 사정은 한계가 있기에 아파트보다는 연립주택이라도 매입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에 이은 연립주택 패닉바잉(panic buying)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점과 함께 기회 요인 또한 존재합니다. 30년이 넘는 주택의 경우 투자대상으로서는 매력적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은 가격도 저렴합니다. 반면 2020년 기준으로 서울의 새 아파트(준공 후 5년 미만)의 비중은 10%도 되지 않으니 투자가치 또한 높습니다. 물론 정비사업구역이 해제되거나 현재는 전혀 사업성이 없는 지역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곳 또한 많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서울의 연립주택은 좋은 투자대상입니다. 서울에 아파트가 부족하고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연립주택은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면서 향후 아파트로 탈바꿈될 수 있는 기대감으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주택이든 상가든 부동산의 궁극적인 가치는 토지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아파트에 비해 대지지분이 넓은 연립주택의 가치가 결코 낮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겁니다.
부동산상품이 위계를 가지는 것은 맞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보다도 매력적인 단독주택도 있습니다. 대부분 연립으로 지어지는 테라스하우스는 지역에 따라서는 아파트의 위계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규제시대, 주택 유형별로 너무 경직된 투자보다는 가치를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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