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임대주택' 사들인 文정부…업자들 배만 불렸다

입력 2021-10-07 10:39   수정 2021-10-07 10:53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빈집으로 방치된 매입임대주택이 3배 이상 늘어났다. 문 정부의 임대주택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집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부가 뇌물 및 금품향응을 수수하고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사들인 정황이 밝혀져 비판이 가중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7일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방치된 장기 공가 매입임대주택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822호에서 2021년 6월말 기준 5785호를 기록했다. 3배 가량 늘어났다. 권역별로 보면 같은 기간 수도권의 장기 공가 매입임대주택은 483호에서 2496호로 5배 증가, 비수도권은 1339호에서 3289호로 2배 늘었다.

서울에 가장 오래 비어있는 매입임대주택은 청년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쉐어형 주택으로 무려 2년 9개월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청년형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2년 넘게 통째로 비어 '유령주택'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송 의원은 임대주택 대기자가 많이 있음에도 매입임대주택이 외면받는 것은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정주 여건이 떨어지고, 주택의 품질이 낮아 분양이 어려운 곳들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지어진 집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주택을 공급한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시장가격에 교란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부는 임대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겠다며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고, 최근 3년반 동안 11조원을 들여 6만호가 넘는 집을 사들였다.

이에 앞선 지난 5월 경찰은 LH 간부가 브로커로부터 뇌물, 금품향응을 수수하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준 협의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해당 간부가 브로커와 결탁한 공인중개법인으로 LH가 매입한 거래는 31건(652호) 1254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들 거래 중 한 건설사가 2019년 9월 인천에 위치한 단독주택을 3억5150만원에 매입해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신축한 뒤 2020년 9월 LH에 33억6378만원을 받고 되판 사례도 확인됐다. 헌 집을 사서 재건축한 뒤 불과 1년 만에 10배가 넘는 가격에 LH에 넘긴 것이다. 결국,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부동산건설 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송 의원은 "무리한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주여건을 무시한 채 실적채우기에만 몰두하며 사업을 추진한 결과 빈집은 늘어나고 재정이 탕진되고 있다"라며 "사면 살수록 빈집만 늘어나고 정부도 손해, 국민도 손해인데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매입임대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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