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엔터 업종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K-팝으로 대표되던 대표 종목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타고 K-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
K-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준비가 잘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높은 주가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최근 중국의 연예계 규제가 시작되며 산업 매력도는 이전 대비 하락하고 있다. K-콘텐츠는 영화 '기생충' 이후 코로나로 침체기를 나타냈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고 세계적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팝은 코로나19 시기 대면에 대한 갈증이 높아진 전세계 팬들에게 다가가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장 이후 고전하던 하이브의 대규모 인수합병(M&A)를 필두로 투자자들의 산업 관심도가 높아졌고 에스엠의 최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산업의 주식적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시장은 중국 시장을 기대했지만, 중국에서 연예계 규제가 시작되며 성장 가능성이 낮아졌다. 오프라인 콘서트를 2022년 실적에 반영해 둔 현재의 엔터 추정치는 낮아지고 있다. 주가의 추가 상향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콘서트는 재계약 시 아티스트 배분율이 크게 높아지는 항목이다. 엔터 4사 모두 2023년까지 각사 핵심 아티스트의 재계약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보니 수익성은 낮아질 전망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되면 매출은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이 예상되지만, 배분율의 변화로 영업이익의 추가 상승 여지는 이전 대비 낮아졌다"며 "높은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의 재계약 시 상당 수준의 계약금이 아티스트에게 지급되는데, 이는 추후 고정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이 불러온 콘텐츠 산업의 훈풍 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대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이후 컨텐츠 사업자들의 주가는 오랜 기간 쉰 상황에 오징어게임이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넷플릭스 1등 컨텐츠에 등극했다는 뉴스는 콘텐츠 산업 관심도를 높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외신들도 우리나라가 오징어게임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문화 컨텐츠가 이제는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히트가 아니라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팝과 K-드라마가 최근 수년간 해외에서 히트를 기록해 왔지만 경제의 체질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이 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가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징어게임 대표 테마주로 거론되는 버킷스튜디오는 시즌2 제작 계획 소식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버킷스튜디오 주가는 지난달 초(2185원) 대비 100% 이상 올랐다. 역대 최고 K드라마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이 시즌2 제작 소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버킷스튜디오는 이정재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에 지분 15%를 보유한 대주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IPTV·케이블방송·스마트TV 등 스마트 기기 기반 중심의 콘텐츠 부가 판권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으로 영화·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다.
이 연구원은 "미디어·엔터 산업 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를 콘텐츠 사업자로 재배분하는 수요가 발생하기 좋은 시기"라며 "상승에 대한 피로감, 낮아진 산업 모멘텀으로 엔터 산업의 주가 모멘텀은 다소 휴지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